[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20)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 효과
입력 : 2023. 09. 06(수) 00:00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상급종합병원 위한 경주… 보다 긴 안목에서 생각해야”
관광객 등 90만명 인구서 발생하는 환자 종합병원 수준 넘어
섬 특성상 중증응급 분야 등 대체 역량 필요… 분화·협력 토대
도민 도외 지출 직접의료비 연 1000억 시대 긴 안목 대응 필요


[한라일보] 제주대학교병원은 제주도민들의 원정 진료비 감소와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인의 건강다이어리는 지난 8월 23일자 기획기사로 제주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한 이유에 이어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경우 기대효과에 대해 제주대학교병원 최국명 병원장의 설명을 들어본다.



지난 기사를 통해서 상급종합병원 제도를 간단히 소개하고 상급병원지정 시 적용되는 지리적 권역을 설정하는 기준과 방식이 제주에 어떻게 적용돼 왔는지 설명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제도 변화의 중요한 고비마다 그 기준을 충족할 종합병원이 부재했기 때문에 아직 제주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은 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었을 때 제주도민들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제주에 있는 종합병원들의 운영 목표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으로 높아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재지정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높아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만 한다. 중증환자 진료시설 기준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하면서 조직의 진료역량을 강화시켜야 하며, 객관적인 질 지표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종합병원 운영 책임자와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민들에게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올해 말에 제주에 그 어떤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당장 뚜렷한 차이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변화는 도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국명 제주대학교병원장
제주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제주 의료생태계의 분화와 협력의 토대 마련이다. 종합병원은 24시간 365일 상시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가 가능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의료인들은 종합병원에 항시 상주하거나 퇴근 후에도 5분 대기조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을 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의학 지식이 나날이 발전하고 누적되면서 전문의를 포함해 의료인들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상시 진료체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상주 관광객 20만 명을 포함한 90만에 이르는 인구집단에서 발생하는 환자 규모는 일개 종합병원이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또 하나 병원 운영책임자로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 사회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경험한 것처럼 어느 순간엔가 종합병원 기능이 한시적으로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와 같은 섬 지역에서는 중증응급 진료 분야에 대해서만이라도 대체 역량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종합병원들 간에 상시적인 협업과 연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주 병원생태계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 주요 중증응급질환들에 대해서는 24시간 365일 상시 환자 진료가 가능한 전문 진료체계를 갖춘 종합병원이 2곳 이상 운영될 필요가 있다. 제주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이러한 병원생태계로 변화하고 그 필요성을 제주 사회가 공유하는 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종합병원, 새롭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종합병원, 중소 규모이지만 특정 중증응급질환 진료가 가능한 전문질환센터를 보유한 종합병원들로 구성된 병원생태계로의 변화가 제주에 어느 기관이든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다면 제주 병원생태계의 변화는 그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계속해서 제주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제주도민의 관심과 제주도 당국의 정책 지원을 반복해서 요청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면 달라질 지표가 하나 있다.

2018~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할 때 발생하는 의료비를 분모로 놓고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서 쓰는 의료비를 분자로 삼아보면 그 비율이 51.3%다. 규모가 작은 의원이나 병원급 기관에 입원할 때 발생하는 진료비를 제외하면, 우리 국민들이 입원진료비의 절반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를 17개 시도별로 구분해 보면 차이가 꽤 크다. 대구가 70.8%로 가장 높고, 인천 61.9%, 서울 58.1%, 충남 58.0%, 광주 57.9% 순이다. 제주도민들이 상급종합병원에 가서 이용하는 입원진료비 비율은 22.5%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20.3%의 울산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다. 2020년에 울산대학교병원이 새롭게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됐으니 아마도 현재는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면 이 지표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그 병원 진료비가 오른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 줄로 안다. 해당 병원 전체 진료비가 4% 정도 높아지고, 그중에 본인부담비율 40% 정도를 고려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증가분은 평균적으로 1.5% 언저리에 있을 것이다. 반면 제주도민이 도외 병원 입원으로 지출한 직접의료비는 2010년 480억원에서 2020년 10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났다. 보다 긴 안목에서 생각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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