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해양탐사 제주바다, 그 변화의 기록] (11) 북촌리 마을어장
입력 : 2025. 09. 18(목) 03:00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가가
1만 년 전 바닷속에 잠긴 빙하기 지질박물관 만나다

한라산 용암이 빚어낸 해저 투뮬러스 지형 원형 유지
투뮬러스 틈새에 어류·무척추동물 공존… 생태계 보고
마을어장 암반 상부 유·무절석회조류 점유 추세 지속
해조류 끝녹음 시기… 대규모 해조류 군락 확인 못해
[한라일보] 본보 해양탐사대는 지난 9월 12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마을어장을 찾았다. 북촌리 어장은 포구 앞 다려도를 중심으로 암반과 사질대가 혼재하는 해저 지형을 갖추고 있다. 수중에는 감태와 모자반류가 어우러진 바다 숲이 펼쳐져 있고, 이를 서식지로 삼은 어종이 풍부해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다려도 인근 해역에는 연산호 군락이 자리 잡고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 연안의 해양 생태계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해역으로 꼽힌다.
탐사대는 이날 '해녀쉼터' 앞 조간대를 통해 마을어장에 입수했다. 바닷속은 비교적 평탄한 암반이 이어졌고, 일부 구간에는 투석된 돌들이 흩어져 있었다. 암반 상부는 대부분 유·무절석회조류가 덮고 있었으며, 간혹 탈락된 말청각이나 보라성게, 소라가 관찰됐다. 하지만 양은 많지 않았다. 성게는 3~6월이 제철이어서 이후에는 성게알의 품질이 떨어져 채취가 이뤄지지 않는다.
암반 위에서는 줄도화돔과 용치놀래기 무리가 유영하며 바닷속 풍경을 물들였다. 탐사대가 다가가자 두줄배도라치는 병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조사 시점이 해조류의 끝녹음기여서 대규모 해조류 군락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해조류가 사라진 바다의 빈자리는 다소 쓸쓸했지만, 대신 어류와 저서생물이 작은 공간에 모여 서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탐사대가 북촌 방파제에서 다려도 방향으로 나아가자, 육상에서 보던 투뮬러스가 그대로 바닷속에 잠긴 듯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의 해저 투뮬러스는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용암류가 북촌리 바다로 흘러들면서 만들어졌다. 해수에 급격히 냉각된 표면은 단단한 껍질을 형성했고, 내부 용암은 밀려 올라와 언덕처럼 불룩 솟아오른 것이다. 지질학적으로는 'lava tumulus(용암 투뮬러스)'라 불리는 전형적인 지형이다.
놀라운 점은 수천 년 이상 바닷속에 잠겨 있었음에도 이 투뮬러스의 원형이 뚜렷하게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파도와 조류에 의한 침식은 바위를 깎아내 뾰족한 부분을 둥글게 다듬는다. 그러나 북촌 해저의 투뮬러스는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웅장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멈춘 듯한 바닷속 지질 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풍경이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이 용암류는 약 3만 년 전 한라산 동부 중산간 오름 분화구에서 유출된 빌레용암류이며, 그 위를 동백동산 선흘곶 용암이 덮고 있다. 또 약 1만 년 전 분출한 용암류가 만장굴 등을 형성했다. 당시 3만 년 전은 빙하기였기 때문에 해안선이 지금보다 후퇴해 멀리 바다 쪽에 있었고, 현재 수심 30~40m 부근이 당시 해안선이었다. 따라서 당시 용암류는 육상 환경에서 더 멀리 바다로 흘러갔을 것이다. 해안 저지대를 이루던 이곳 투뮬러스 지형은 약 1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난 뒤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에 잠기게 됐다. 지금은 바닷속에서 마치 고고학 유적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뮬러스 지형은 다려도까지 이어진다. 다려도는 빌레용암류에서 형성된 전형적인 투뮬러스 다섯~여섯 개가 모여 이룬 섬이다. 수면 위에 드러난 다려도의 암반을 바라보면, 그것이 단순한 바위섬이 아니라 화산활동의 산물이며, 용암의 압력과 냉각이 빚어낸 독특한 지형임을 실감할 수 있다.
바닷속 투뮬러스는 단순히 지질학적 가치만 지니는 것이 아니다. 돌출된 구조와 홈, 균열은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표면은 다시 해조류와 무척추동물이 붙어 사는 터전이 된다. 실제로 탐사 과정에서 확인된 놀래기류, 소라, 성게 등은 투뮬러스의 굴곡진 지형을 따라 분포했다. 결국 투뮬러스는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 시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 양병규 해양환경연구과장은 "북촌 마을어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특이한 점은 없다. 다만 조사 시기가 불리해 홍조류가 두드러지게 관찰됐고, 소라는 이제 금어기가 끝나 추석을 앞두고 수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촌 연안의 투뮬러스 지형은 해양 생물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탐사취재팀: 고대로 편집국장·오소범 기자수중영상촬영: 오하준 감독>
※수중영상은 한라일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투뮬러스 틈새에 어류·무척추동물 공존… 생태계 보고
마을어장 암반 상부 유·무절석회조류 점유 추세 지속
해조류 끝녹음 시기… 대규모 해조류 군락 확인 못해
![]() |
탐사지점 |
![]() |
북촌리 다려도 전경 |
탐사대는 이날 '해녀쉼터' 앞 조간대를 통해 마을어장에 입수했다. 바닷속은 비교적 평탄한 암반이 이어졌고, 일부 구간에는 투석된 돌들이 흩어져 있었다. 암반 상부는 대부분 유·무절석회조류가 덮고 있었으며, 간혹 탈락된 말청각이나 보라성게, 소라가 관찰됐다. 하지만 양은 많지 않았다. 성게는 3~6월이 제철이어서 이후에는 성게알의 품질이 떨어져 채취가 이뤄지지 않는다.
![]() |
수만년 전 빙하기에 육지였던 투물러스 지형이 바닷속에 잠겨 있는 모습 |
![]() |
2013년 다려도 인근 연산호 군락지의 연산호 모습 |
암반 위에서는 줄도화돔과 용치놀래기 무리가 유영하며 바닷속 풍경을 물들였다. 탐사대가 다가가자 두줄배도라치는 병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조사 시점이 해조류의 끝녹음기여서 대규모 해조류 군락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해조류가 사라진 바다의 빈자리는 다소 쓸쓸했지만, 대신 어류와 저서생물이 작은 공간에 모여 서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탐사대가 북촌 방파제에서 다려도 방향으로 나아가자, 육상에서 보던 투뮬러스가 그대로 바닷속에 잠긴 듯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 |
유영을 하고 있는 용치놀래기떼 |
![]() |
소라와 보라성게 모습 |
![]() |
별불가사리 모습 |
![]() |
병속에서 머리를 내민 두줄베도라치 |
놀라운 점은 수천 년 이상 바닷속에 잠겨 있었음에도 이 투뮬러스의 원형이 뚜렷하게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파도와 조류에 의한 침식은 바위를 깎아내 뾰족한 부분을 둥글게 다듬는다. 그러나 북촌 해저의 투뮬러스는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웅장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멈춘 듯한 바닷속 지질 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풍경이었다.
![]() |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
![]() |
오하준 감독 |
바닷속 투뮬러스는 단순히 지질학적 가치만 지니는 것이 아니다. 돌출된 구조와 홈, 균열은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표면은 다시 해조류와 무척추동물이 붙어 사는 터전이 된다. 실제로 탐사 과정에서 확인된 놀래기류, 소라, 성게 등은 투뮬러스의 굴곡진 지형을 따라 분포했다. 결국 투뮬러스는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 시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
고대로 취재팀장 |
<해양탐사취재팀: 고대로 편집국장·오소범 기자수중영상촬영: 오하준 감독>
※수중영상은 한라일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