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훈의 한라시론] 영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입력 : 2025. 12. 18(목) 00: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한라일보] 지난 8월 6일 오전 '김건희 특검' 사무실이 있는 KT 광화문 웨스트 빌딩으로 검은색 차량이 들어왔다. 김건희가 마침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것이다. 그녀는 포토 라인 앞에 걸음을 멈추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저 감옥 가나요? 그녀가 이 질문을 명리학자 류 아무개 씨에게 물었던 때는 내란 1년 전이었다.

그녀는 하얀 셔츠에 검은 투피스 정장 차림이었다. 명품 치장은 보이지 않았다. 굽 낮은 구두에 목걸이도 클러치백도 없는 패션이었다. 시선은 밑으로 깔고, 목소리는 한껏 낮췄다.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연기는 그럴듯해 보였다. 출두에 앞서 연습이라도 했을까?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지난 14일 내란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건희의 내란 관여는 증거 부재로 혐의없음이었다. 너 때문에 다 망쳤다. 비상계엄 직후 그녀가 대통령에게 했다는 이 말은 면죄부의 근거가 되었다. 누가 내란을 기획했고 그 동기는 무엇인가? 시중에서 설왕설래했던 이런 의문에 답은 없었다.

나머지 두 특검은 12월 28일 막을 내린다. 특검 수사가 진척될수록 무대 뒤에는 김건희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최고 실세'라는 뜻으로 암암리에 불리던 브이제로가 헛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 제거와 장기집권을 위한 통일 대통령 만들기가 내란의 실제 동기라는 의심들이 있다. 민심은 내란특검의 수사 결과에 답답해할 것이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후속 종합 특검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 중이다.

한편, 느닷없는 내란 사태에 대해 직업적인 호기심을 발동하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다. 재물에 대한 탐욕, 부정부패 수사를 막기 위한 사법권력의 사유화, 그리고 무속에 얽힌 소문과 남자들 이야기. 천만 관객을 꿈꾸는 그들은 흥미진진한 이 같은 소재를 놓칠 리 없다. 이들은 벌써 시놉시스를 작성해 제작자와 함께 감독을 물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일으킨 사적 파문들이 어떻게 국가를 뒤흔들었는가? '그림자 권력'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 정치 스릴러를 쓰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노상원 수첩과 여인형의 메모'를 유심히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내란의 기획자와 동기를 극적(劇的) 상상으로 메꿀 수 있는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몽타주 기법으로 그녀의 과거를 토막토막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다. 검찰 권력을 부리는 요술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무것도 아닌 그녀에게 빌붙은 자들은 무엇을 욕심내고, 무엇에 매혹당했는지는 코미디 소재다.

영화 제목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좋을 것 같다. 누가 보더라도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은 따로 있다. 내란특검은 내란 수괴를 포함해 총 24명을 공소제기 했다. 두 특검과 2차 특검을 포함하면 머릿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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