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하우스메이드
입력 : 2026. 02. 09(월) 02:00수정 : 2026. 02. 09(월) 08:58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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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 더 들어줘

영화 '하우스메이드'
[한라일보] 영화 일을 한 지 어느새 20년이 되어간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케팅을 하고 배급을 하는 때로는 관객과의 대화의 진행자로 함께하는 영화 세계의 후반부에 몸을 담은 지가 이렇게 오래되고 나니 영화관은 설렘의 공간이기보다는 익숙한 일터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데다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지닌 공간의 특성이 좋고 그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을 거의 다 챙겨보는 나에게는 독립예술영화관에 가는 일은 일상적인 루틴에 다름 아니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 짐작이 가는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지만 그곳의 나는 한편으로는 다소 경직된 채로 작품을 보곤 하낟. 아무래도 독립예술영화와 관련된 일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또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라는 조바심 섞인 보물찾기의 태도를 떨쳐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술영화관의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 나의 도피처는 멀티 플렉스였다. 번쩍이는 광고판들을 구경하다 도착한 극장 안에서 거대한 팝콘통 안에 쵸코볼을 털어 넣고 뚱뚱한 콜라를 손에 들고 극장 의자에 눕듯이 앉아 기다렸다. 그저 즐거움으로 가득 찬 시간을, 나를 홀리게 만들어 줄 엔터테이닝한 세계를.
폴 페이그 감독은 기가 막히게 웃기고 충분히 사납고 끝까지 매혹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세계를 감칠맛 나게 그려내는 연출자다. 달콤함이 기본값인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에 칠리 소스를 듬뿍 들이부은 그의 작품들은 적당히 달고 넘치게 매웠다. 여성판 <행오버>라 불리는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부터 끝내주게 짜릿한 여성 원톱 코미디 <스파이>, 폴 페이그와 재능 넘치는 여성 배우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리부트 <고스트버스터즈>, 스릴러와 블랙코미디 장르를 매력적인 칵테일로 만들어 낸 <부탁 하나만 들어줘>까지 그의 작품들은 나에게 팝콘통 하나만 손에 들려주면 두 시간이 즐거운 영화관 나들이에 최적의 선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폴 페이그의 신작 <하우스메이드>는 예고편만 봐도 그 아는 맛에 군침을 흘리게 되는 작품이었다.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그림 같은 집, 완벽한 남편, 은밀한 아내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라는 키워드로 그 서사를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그런데 폴 페이그의 손길이 닿았다고 하니 기대하는 것이 조금 달라졌다. <하우스메이드>에는 눈을 현혹시키던 세련된 아름다움이 격렬하게 진동하는 순간이 찾아올 테고 전형적인 매력을 갖췄지만 이상하게 비틀린 캐릭터들이 등장할 것이다. 안온해 보이는 집은 아마도 인물들의 난장을 통해 뒤틀릴 것이고 각각의 개성으로 중무장한 캐릭터들은 굳이 범상한 우정이나 사랑으로 서로의 관계를 끝내지 않을 것이다. 그래 달콤한 케이크 위로 뿌려질 새로운 마라맛 소스들을 만끽해 보자의 마음으로 극장으로 달려갔다. 팝콘통과 큰 사이즈 콜라를 양 팔에 부둥켜 안고 다시 극장 의자에 앉았다.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림 같은 집에 완벽한 남편과 함께 사는 여자 니나(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인공적인 미소의 니나가 집 안으로 어딘가 비밀이 많아 보이는 밀리(시드니 스위니)를 입주 가정부로 맞이한다. 거처 없는 밀리에게 이 집은 떠나서는 안될 최후의 쉘터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자로 잰 듯 반듯하기만 하던 니나의 미소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기껏 잠 재워 놨던 인물들이 욕망들이 이불 밖으로 두서 없이 뛰어나와 청소가 끝난 거실을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리기 시작한다. 누가 보기에도 완벽해 보이던 집(house)을 만들었던(made) 모든 요소들이 망가진다.
<하우스메이드>는 <요람을 흔드는 손>, <위험한 독신녀>등 2000년대 이전 헐리웃 스릴러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영화의 전반부에,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된 모습을 후반부에 배치하며 스릴러 장르물을 선호하는 지금의 여성 관객들에게 안성맞춤의 즐거움을 선서하는 영화다. 니나와 밀리라는 닮은 듯 다른 두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시드니 스위니라는 두 배우의 캐스팅 또한 절묘하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퀸카로 살아 남는 법>에서부터 시드니 스위니의 <이매큘레이트>까지는 무려 20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데 <하우스메이드>에는 이 두 배우가 따로 또 같이 겪어온 로맨틱 코미디와 호러가 함께 녹아 들어 있기도 하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버렸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 폴 페이그 속 여성 캐릭터들은 여전히 뚜벅뚜벅 삶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간다. 외상과 내상을 함께 입은 이들의 얼굴에 희미하게 어린 미소가 <하우스메이드>의 마지막 플레이팅임음 알았을 때 비로소 포만감이 완성되었다. 입맛을 다시며 극장 안을 나왔다. 이런 영화 한 편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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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페이그의 신작 <하우스메이드>는 예고편만 봐도 그 아는 맛에 군침을 흘리게 되는 작품이었다.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그림 같은 집, 완벽한 남편, 은밀한 아내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라는 키워드로 그 서사를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그런데 폴 페이그의 손길이 닿았다고 하니 기대하는 것이 조금 달라졌다. <하우스메이드>에는 눈을 현혹시키던 세련된 아름다움이 격렬하게 진동하는 순간이 찾아올 테고 전형적인 매력을 갖췄지만 이상하게 비틀린 캐릭터들이 등장할 것이다. 안온해 보이는 집은 아마도 인물들의 난장을 통해 뒤틀릴 것이고 각각의 개성으로 중무장한 캐릭터들은 굳이 범상한 우정이나 사랑으로 서로의 관계를 끝내지 않을 것이다. 그래 달콤한 케이크 위로 뿌려질 새로운 마라맛 소스들을 만끽해 보자의 마음으로 극장으로 달려갔다. 팝콘통과 큰 사이즈 콜라를 양 팔에 부둥켜 안고 다시 극장 의자에 앉았다.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림 같은 집에 완벽한 남편과 함께 사는 여자 니나(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인공적인 미소의 니나가 집 안으로 어딘가 비밀이 많아 보이는 밀리(시드니 스위니)를 입주 가정부로 맞이한다. 거처 없는 밀리에게 이 집은 떠나서는 안될 최후의 쉘터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자로 잰 듯 반듯하기만 하던 니나의 미소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기껏 잠 재워 놨던 인물들이 욕망들이 이불 밖으로 두서 없이 뛰어나와 청소가 끝난 거실을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리기 시작한다. 누가 보기에도 완벽해 보이던 집(house)을 만들었던(made) 모든 요소들이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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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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