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언의 현장시선] 제주를 대한민국 대표 기후 행동 플랫폼으로
입력 : 2026. 03. 20(금) 01:00
고태언 hl@ihalla.com
[한라일보] 기후위기는 선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목표를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제주가 2035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제도 정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의 참여, 기업의 책임, 행정의 설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정책의 보완이 아니라 실행 플랫폼의 구축이다.

제주는 이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에너지, 교통, 관광, 해양 환경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작은 변화가 곧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는 동시에 위기이자 기회다. 제주에서 작동하는 모델은 대한민국 어디서든 확산 가능한 표준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환경 활동은 주로 정화 중심의 행사형 봉사로 운영돼 왔다. 의미 있는 참여였지만 성과는 축적되지 못했다. 쓰레기를 줍는 손길은 있었으나 그 데이터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부족했다. 이제는 '경험 중심 활동'에서 '성과 중심 기후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양 쓰레기 수거량, 반복 오염 지점 분석, 생활 탄소 감축 실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공개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 시스템이 아니다. 시민 참여를 구조화하고, 기업 ESG 전략과 연결하며, 행정 정책으로 환류되는 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예컨대 기업은 임직원 참여형 기후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 감축 수치를 확보하고, 자원봉사 플랫폼은 이를 데이터로 관리해 연간 리포트로 제공한다. 행정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개선한다. 참여가 곧 정책 실행이 되는 구조다.

미래세대의 참여도 핵심이다. 청소년과 청년은 기후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다. 학교 교육과 연계한 프로젝트형 기후 활동을 통해 지역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책 제안을 도출하는 경험은 단순 봉사를 넘어 '기후 시민성'을 키우는 과정이 된다.

더 나아가 제주에는 '기후 행동 센터'와 같은 상징적 거점이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 교육, 기업 협력, 국제 교류가 통합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연간 기후 행동 성과 보고서가 발간되고, 기업 ESG 사례가 공유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제주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기후 행동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속도의 문제다. 실행은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제주가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기술 중심 정책 위에 시민 참여 기반의 실행 플랫폼을 더하는 일, 그 위에 기업의 ESG 전략을 얹고, 미래세대를 연결하는 구조를 완성하는 일이다.

집게를 들고 해안을 걷는 시민의 발걸음이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정책이 되며, 정책이 다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선순환. 그 구조가 완성될 때 제주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후 행동 플랫폼으로 기억될 것이다. <고태언 제주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의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86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오피니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