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준비] ② 제주한라병원
입력 : 2026. 03. 31(화) 03: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응급·중증·필수의료 체계 구축… 지역 의료 안전망 강화"
"접근성과 신뢰, 치료 성과 함께 갖춰야 좋은 병원"
"응급·중증의료 핵심 역할… 끊임없이 진료 역량 강화"
상급종합병원, 도민에 필요한 수준의 의료 제공 중요
제주 한라병원 전경. 제주한라병원 제공
[한라일보] 제주한라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가족의 불안을 덜어드리며, 지역사회의 건강을 책임지고자 설립됐다. 제주한라병원은 그 존재 이유를 '당신의 생명을 내 생명처럼 여기겠다'는 이명아명(爾命我命)의 원훈에 담아 실천해 왔다. 이 정신은 곧 도민의 생명을 내 몸처럼 돌보겠다는 다짐이다. 도민들이 아플 때 치료를 위해 육지로 가지 않더라도, 제주 안에서 충분하고 믿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자치를 실현하는 것, 이것이 제주한라병원이 지켜온 가장 본질적인 가치다. 병원의 역할은 단순히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 안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도민이 의료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데 있다. 제주한라병원이 지향해 온 길도 바로 그 길이었다.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제주한라병원은 1976년 개원한 이래, 1983년 제주도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문을 연 뒤 지금까지 한결같이 진료역량 강화에 힘써 왔다. 제주 최초 인공신장실 개소, 신장이식 성공, 암센터 개소, 골수이식과 개심수술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제주에서 가능하지 않던 진료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이는 단순한 기록의 축적이 아니다. 제주에서도 고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현실로 바꾸어 온 과정이었고, 도민들이 중증질환 앞에서 선택지가 없다는 절박함을 조금씩 줄여 온 시간이었다. 상급종합병원 추진 또한 하루아침에 세워진 목표가 아니다. 도민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먼 길을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오랜 노력의 연장선 위에 있는 과제다.

도민에게 좋은 병원은 단지 규모가 크거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병원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말로 좋은 병원은 도민의 삶 가까이에서 필요할 때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다. 평상시에는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고, 위급한 순간에는 생명을 맡길 수 있으며, 중증질환 앞에서도 가능한 한 지역 안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책임지는 병원이어야 한다. 결국 좋은 병원의 기준은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가까운 곳에서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진료역량에 있다. 의료는 멀리서 존재하는 명성이 아니라, 막상 위급한 순간 내 곁에서 작동하는 체계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좋은 병원은 접근성과 신뢰, 그리고 실제 치료 성과를 함께 갖춘 병원이어야 한다.

제주한라병원은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응급·중증·필수의료 체계를 꾸준히 갖춰 왔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닥터헬기, 응급의료지원단을 중심으로 제주지역 응급의료와 중증의료의 핵심 역할을 맡아 왔고, 중증환자 치료에서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응급의료는 사고와 질환이 발생한 이후의 대응만을 뜻하지 않는다. 수술, 중환자 치료, 심뇌혈관 치료, 외상 대응 같은 필수의료 역량이 빈틈없이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다시 말해 응급·중증의료의 수준은 눈에 보이는 일부 기능이 아니라, 그 뒤를 받치고 있는 배후진료체계의 깊이로 결정된다. 제주한라병원이 지속적으로 다져 온 것도 바로 이 기반이다. 의료의 수준은 이름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병원의 간판보다 실제로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제주가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은 제주 의료의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변화다. 상급종합병원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중증·희귀·난치질환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진료 역량과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책임을 함께 갖춘 병원에 부여되는 책무다. 따라서 지정은 법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실질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지정되는 것이야말로 도민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이름을 얻는 일'이 아니라 '도민에게 필요한 수준의 의료를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상급종합병원 추진이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병원의 위상을 위한 도전이 아니라, 제주 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도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도전이어야 한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지정만으로 제주 의료의 모든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환자와 가족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이유는 단지 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더 나은 치료를 받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 의료가 해야 할 일은 원정진료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도민이 겪는 시간적·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드리는 것이다. 제주한라-세브란스 공동진료센터는 그 해답 가운데 하나다. 제주에서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의 협진과 다학제 진료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서울 치료까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진료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도민의 불편을 줄이고 제주형 의료자치를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치료의 시작과 과정, 이후 관리까지 환자와 가족이 겪는 부담을 제주 안에서 최대한 줄여드리는 일이다. 상급종합병원 추진과 공동진료센터 운영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라, 도민의 생명을 제주에서 더욱 든든하게 지키기 위한 하나의 길이다.

제주한라병원은 반세기 동안 도민의 병원으로 함께해 왔다. 할아버지가 찾았고, 아버지가 찾았고, 이제는 자녀 세대가 찾는 병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제주한라병원의 자부심인 동시에 더욱 무거운 책임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제주한라병원은 이명아명의 정신을 잊지 않고, 도민의 병원으로서, 도민에게 사랑받는 병원으로서 맡은 바 소명을 다해 나갈 것이다.

도민들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병원, 위급한 순간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 그리고 제주에서 살아가는데 의료 때문에 불안하지 않도록 든든히 곁을 지키는 병원. 제주한라병원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 그 길을 제주에서 끝까지 완수해 나가는 일이다. 그것이 지역의 병원으로 출발한 제주한라병원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며, 도민과 함께 걸어가야 할 약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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