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월급날이 최고” 장애인 일터의 ‘보통의 행복’
입력 : 2026. 04. 16(목) 15:20수정 : 2026. 04. 16(목) 18:52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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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모두의 일터] <상>희망나래꿈터·일터를 가다
“내 힘으로 생활비 마련”… 안정적인 미래 꿈꾸는 저축왕
영상편집·바리스타·베이킹까지 다재다능 장애인 노동자들
“느린 속도 이해해야”… 장애 특성 살린 직무 개발 등 과제
“내 힘으로 생활비 마련”… 안정적인 미래 꿈꾸는 저축왕
영상편집·바리스타·베이킹까지 다재다능 장애인 노동자들
“느린 속도 이해해야”… 장애 특성 살린 직무 개발 등 과제

정수연(34)씨는 쇼핑백과 폐현수막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제품 등을 제작한다. 그는 “매일 출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장태봉기자
[한라일보] “일하면서 가장 기쁠 때요? 월급날이요.”
지난 14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의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희망나래꿈터. 폐현수막을 뒤집어 마대자루를 제작하던 정수연(34)씨에게 취재진이 ‘일’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씨는 지난해 이곳에 입사해 일주일에 5일, 하루에 4시간씩 업사이클링 제품과 쇼핑백, 문서파일 등을 만드는 일을 한다.
이제 막 입사 2년 차를 맞은 정씨는 “매일 출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플 때 빼고는 휴가도 안 낸다. 일하는 게 더 좋으니까”라며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과거 직장생활을 했지만 계약 연장이 불발되거나 권고사직을 당하며 일자리를 잃었다. “이력서 많이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안 도와줬으면 평생 취업 못했을 걸요.” 이 같은 기억 때문에 일할 수 있는 현재가 더욱 귀하다고 했다.
월급 대부분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저금한다. “돈 벌어서 좋아요. 청년 적금 들고, 엄마 생활비도 주고, 남으면 개인 적금을 들어요. 또 남으면 맛있는 거 사 먹고 쇼핑도 해요.”
일하며 힘든 순간은 없냐고 묻자 의연한 답변이 돌아왔다. “힘들 때도 있지만 포기하진 않아요. 배워서라도 하면 되죠.”
바리스타이자 제빵사인 오민서(26)씨는 2021년 입사해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뒤 3년 전부터 카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커피 원두를 선별하는 일부터 음료를 제조하고, 쿠키와 케이크를 만드는 일 등 오씨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오씨의 꿈은 ‘멋진 직장인’이었다. 그래서 오씨는 커피와 빵을 만드는 직장인이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커피와 베이커리를 좋아해 바리스타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며 “혼자 영상을 찾아보고 공부하기도 했고, 더 배우고 싶어 대학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했고 전문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고 말했다.
취업한 뒤에도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고심한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근시간보다 일찍 와서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래도 커피를 내리고 빵을 만들 때가 가장 기쁘고 재밌다”고 웃어 보였다.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그는 통합돌봄 서비스를 이용해 20대 초반부터 시설에서 나와 자취 생활을 한다. “혼자 지내면서 출퇴근도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면서도 “일이 몸에 배었고, 힘들 때면 직장 동료들과 웃으며 털어버릴 수 있어서 의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입사 9년 차를 맞은 베테랑 영상 편집자 박세원(47)씨. 그는 특유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발휘해 아날로그 영상을 편집하고 디지털로 변환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영상 촬영 및 제작까지 직무를 넓히는 중이다.
영상을 녹화하고 복원 작업을 하면서 20~30여 년 전의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그는 “일하면서 고객의 과거 옛 시절의 낭만을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영상작업은 늘 재밌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박씨는 부모와 함께 10여 년 전 “맑은 공기가 있는” 제주로 이주했다. 과거 지하철에서 택배를 운반하는 일을 했지만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소심해서 저를 안 받아줄 것 같으면 아예 지원을 안 했어요. 취업에 좀 소극적이었죠.” 하지만 장애인복지관에서 2년간 전문 직업훈련을 거치며 자신감을 얻었고, 현재 직장에 입사할 수 있었다.
어느덧 중년이 된 그에게는 월급으로 퇴직한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는 게 가장 큰 기쁨이자 삶의 목표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좋죠. 자식 된 도리로서 생활비도 대고, 가족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아요.”
박인향 희망나래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장애인들이 일반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직무 훈련과 더불어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장애 특성에 맞는 직무 개발과 그들의 느린 속도를 이해하는 사회 분위기,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확대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편 희망나래 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 근로사업장과 보호작업장, 주간활동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 고용된 장애인만 희망나래일터 50명, 희망나래꿈터 18명 등 총 68명이다. 이들은 바리스타, 이동세차, 영상편집·제작, 쇼핑백·현수막·문서파일·기프트 제작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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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의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희망나래꿈터. 폐현수막을 뒤집어 마대자루를 제작하던 정수연(34)씨에게 취재진이 ‘일’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제 막 입사 2년 차를 맞은 정씨는 “매일 출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플 때 빼고는 휴가도 안 낸다. 일하는 게 더 좋으니까”라며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과거 직장생활을 했지만 계약 연장이 불발되거나 권고사직을 당하며 일자리를 잃었다. “이력서 많이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안 도와줬으면 평생 취업 못했을 걸요.” 이 같은 기억 때문에 일할 수 있는 현재가 더욱 귀하다고 했다.
월급 대부분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저금한다. “돈 벌어서 좋아요. 청년 적금 들고, 엄마 생활비도 주고, 남으면 개인 적금을 들어요. 또 남으면 맛있는 거 사 먹고 쇼핑도 해요.”
일하며 힘든 순간은 없냐고 묻자 의연한 답변이 돌아왔다. “힘들 때도 있지만 포기하진 않아요. 배워서라도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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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서(26, 왼쪽)씨는 카페와 베이킹을 전담한다. 오래 전부터 바리스타를 꿈꿔 온 그가 가장 자신있는 메뉴는 ‘커피’다. 반대편에선 박세원(47, 오른쪽)씨가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
오씨의 꿈은 ‘멋진 직장인’이었다. 그래서 오씨는 커피와 빵을 만드는 직장인이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커피와 베이커리를 좋아해 바리스타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며 “혼자 영상을 찾아보고 공부하기도 했고, 더 배우고 싶어 대학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했고 전문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고 말했다.
취업한 뒤에도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고심한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근시간보다 일찍 와서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래도 커피를 내리고 빵을 만들 때가 가장 기쁘고 재밌다”고 웃어 보였다.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그는 통합돌봄 서비스를 이용해 20대 초반부터 시설에서 나와 자취 생활을 한다. “혼자 지내면서 출퇴근도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면서도 “일이 몸에 배었고, 힘들 때면 직장 동료들과 웃으며 털어버릴 수 있어서 의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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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편집과 제작 등을 맡은 박세원(47)씨. 영상을 보며 고객의 수십 년 전 낭만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장태봉기자 |
영상을 녹화하고 복원 작업을 하면서 20~30여 년 전의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그는 “일하면서 고객의 과거 옛 시절의 낭만을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영상작업은 늘 재밌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박씨는 부모와 함께 10여 년 전 “맑은 공기가 있는” 제주로 이주했다. 과거 지하철에서 택배를 운반하는 일을 했지만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소심해서 저를 안 받아줄 것 같으면 아예 지원을 안 했어요. 취업에 좀 소극적이었죠.” 하지만 장애인복지관에서 2년간 전문 직업훈련을 거치며 자신감을 얻었고, 현재 직장에 입사할 수 있었다.
어느덧 중년이 된 그에게는 월급으로 퇴직한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는 게 가장 큰 기쁨이자 삶의 목표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좋죠. 자식 된 도리로서 생활비도 대고, 가족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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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나래일터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면세점 쇼핑백을 반듯하게 접고 있다. 양유리기자 |
한편 희망나래 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 근로사업장과 보호작업장, 주간활동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 고용된 장애인만 희망나래일터 50명, 희망나래꿈터 18명 등 총 68명이다. 이들은 바리스타, 이동세차, 영상편집·제작, 쇼핑백·현수막·문서파일·기프트 제작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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