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학살과 항쟁을 넘어 상생으로
입력 : 2026. 08. 25(화) 02:00
김준기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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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사람을 개로 부르던 조선시대 말, 평생을 '동네 개'로 불리며 살다가 개벽의 깃발 아래 해방의 춤을 추었던 백정이 '동록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는 전 재산을 기부해 원평집강소를 마련했다. 지금도 이어지는 김제시 금산면 소재의 이 공간은 동학 정신을 기리는 문화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동학을 박제된 과거사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정읍의 동학 공론장에서, 역사 속의 원평이 현재의 원평으로 살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사의식이 동시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새삼 각성했다.
동학 유산을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여는 사유의 창으로 다시 꺼내 써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읍에 모였다. '2026 동학농민혁명 연구·창작자 워크숍'은 서울에서 제주, 80대 원로에서 20대 청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세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저마다의 동학을 이야기하는 공론장이었다. 철저한 계급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깨고, 만민의 평등을 꿈꾼 개벽 혁명 사상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만물을 하늘처럼 공경하자는 생명 사상으로 넓어져 세대를 넘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대목에서 제주 4·3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 4·3을 금기의 어둠, 즉 '기억의 자살' 상태에서 끄집어내어 억울한 희생을 위무하는 진혼의 굿판을 열어젖힌 것은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지난한 노력의 성과였다. 그러나 이제는 비극적 수난사 이면에 감춰진 '당당한 죽음'의 의미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다. 우금티 고개에서 농민군이 기관총의 빗발치는 총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예견된 패배의 길을 걸었던 것은 무력한 학살의 기록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과 자주적 세상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 당당한 선택이었다.
제주 4·3 역시 무고한 학살과 해원의 차원을 넘어, 불의한 폭력에 맞선 저항의 에너지를 온전히 읽어내야 비로소 상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살-항쟁-상생'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재구성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4·3평화공원에 위패조차 모시지 못하는 항쟁 지도부 또한 분단과 냉전이 낳은 비극의 희생자이자, 통일조국을 염원하며 온몸을 던졌던 우리의 선조들이다. 동학혁명의 위대한 지도자 전봉준의 서사는 제주 청년으로 이어진다.
저항의 주체들에 대한 온전한 재조명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저항에서 상생으로'라는 정신문화의 도약은 불가능하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분단 체제가 남긴 족쇄를 걷어내는 일 등 오늘의 시대적 과제의 맨 윗단에는 바로 동학혁명과 제주 4·3이 자리하고 있다. 뿌리를 바로 세우고 저항의 기억을 온전히 복원할 때, 비로소 우리는 상처를 딛고 만물이 상생하는 생명평화를 만들 수 있다. 그 담대한 길에 서울의 80대 소설가 안삼환과 김제의 50대 동학당 최고원과 제주의 40대 사진가 양동규와 광주의 20대 큐레이터 박진솔이 함께 서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들과 함께 우리는 학살과 항쟁을 넘어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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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유산을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여는 사유의 창으로 다시 꺼내 써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읍에 모였다. '2026 동학농민혁명 연구·창작자 워크숍'은 서울에서 제주, 80대 원로에서 20대 청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세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저마다의 동학을 이야기하는 공론장이었다. 철저한 계급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깨고, 만민의 평등을 꿈꾼 개벽 혁명 사상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만물을 하늘처럼 공경하자는 생명 사상으로 넓어져 세대를 넘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대목에서 제주 4·3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 4·3을 금기의 어둠, 즉 '기억의 자살' 상태에서 끄집어내어 억울한 희생을 위무하는 진혼의 굿판을 열어젖힌 것은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지난한 노력의 성과였다. 그러나 이제는 비극적 수난사 이면에 감춰진 '당당한 죽음'의 의미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다. 우금티 고개에서 농민군이 기관총의 빗발치는 총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예견된 패배의 길을 걸었던 것은 무력한 학살의 기록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과 자주적 세상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 당당한 선택이었다.
제주 4·3 역시 무고한 학살과 해원의 차원을 넘어, 불의한 폭력에 맞선 저항의 에너지를 온전히 읽어내야 비로소 상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살-항쟁-상생'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재구성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4·3평화공원에 위패조차 모시지 못하는 항쟁 지도부 또한 분단과 냉전이 낳은 비극의 희생자이자, 통일조국을 염원하며 온몸을 던졌던 우리의 선조들이다. 동학혁명의 위대한 지도자 전봉준의 서사는 제주 청년으로 이어진다.
저항의 주체들에 대한 온전한 재조명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저항에서 상생으로'라는 정신문화의 도약은 불가능하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분단 체제가 남긴 족쇄를 걷어내는 일 등 오늘의 시대적 과제의 맨 윗단에는 바로 동학혁명과 제주 4·3이 자리하고 있다. 뿌리를 바로 세우고 저항의 기억을 온전히 복원할 때, 비로소 우리는 상처를 딛고 만물이 상생하는 생명평화를 만들 수 있다. 그 담대한 길에 서울의 80대 소설가 안삼환과 김제의 50대 동학당 최고원과 제주의 40대 사진가 양동규와 광주의 20대 큐레이터 박진솔이 함께 서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들과 함께 우리는 학살과 항쟁을 넘어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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