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오대혁의 '무대에 홀리다'
입력 : 2026. 08. 28(금) 02:00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막이 내린 뒤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들
수년간 찾았던 공연 예술 현장
뮤지컬·연극 비평문 한데 모아
한 편의 공연이 던지는 질문들

[한라일보] 그는 객석에 불이 켜진 뒤 남아 있는 숙제를 해결해 온 관객이다.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커튼콜에 나서곤 했지만 그 순간의 감동, 때로는 아쉬움을 글로 남겨야 했다. 막이 내린 뒤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문학 연구자, 시인, 문화 비평가로 활동하는 제주 출신 오대혁의 '무대에 홀리다'는 그 시간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고향 선배의 제안으로 뮤지컬 관람평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공연 예술 칼럼을 실었다. 국립정동극장, 서울·경기·용인문화재단 등에도 뮤지컬, 연극 등에 대한 칼럼 또는 비평을 기고했다. 그렇게 최근 몇 년간 매달 1~2편씩 발표했던 공연 예술 비평을 '한국인이 사랑한 뮤지컬과 연극 읽기'란 부제를 달고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 도입부에선 세계적 문화 예술로 주목받고 있는 K컬처의 의의와 한국 공연 예술 현황 등을 들여다봤다. 이어 '뮤지컬을 읽다'와 '연극을 읽다'로 나눠 13편의 뮤지컬, 6편의 연극 비평을 차례로 배치했다. 중간중간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배우 인터뷰 등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삽입해 책 속 문장을 넘어 입체적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오페라의 유령'에서 '맘마미아'까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뮤지컬 비평을 위해 그는 사전에 간략한 정보를 알고 공연을 관람한 후 작품과 관련된 여러 자료를 모으고 뮤지컬 넘버들을 하나하나 정리했고 서사 구조와 공연 형태를 살폈다. 이를 토대로 작품의 원작, 기나긴 시간을 관통하며 대중에게 사랑받게 된 이유, 우리의 삶과 연관된 작품의 가치와 의미 등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려 했다.

이 같은 여정에서 제주와 제주 출신 연극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읽힌다. 2014년부터 2018년 11월까지 계속된 약 두 시간 분량의 연극 '너, 돈끼호떼'에 대해 "배우 양승한 혼자 이어 가는 걸쭉한 입담과 마임, 성대모사, 아크로바틱 댄스로 가득 채운 무대가 가히 일품"이라고 했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2021년 9월 공연된 연극 '협상 1948'을 두고는 "참으로 진지하고 가슴 아픈 연극이었다. 연극은 역사적 실타래들을 온전하게 풀어 내면서 제주4·3의 실체를 드러내려 안간힘을 썼다"고 적었다.

한 편의 공연이 오늘의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차근차근 짚은 저자는 비평 작업에서 느낀 사항을 전하며 청소년기부터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랑스 사례를 들었다. 이 사회의 민낯을 밝히고 이루지 못할 꿈이어도 좋은, 그가 홀렸던 무대를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일 게다. 아마존의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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