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백내장 수술로 녹내장을 치료한다고요?
입력 : 2026. 10. 07(수) 01:00
김연덕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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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환자에게 설명하기 까다로운 상황이 몇 가지 있다. 특히 별다른 불편도 없고 시력이 많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백내장 수술을 권해야 한다면 과잉진료라는 의구심을 사기 쉽다. 더구나 내 눈은 백내장이 아니라 녹내장인데, 의사가 녹내장을 치료한답시고 백내장 수술을 한다니? 이 돌팔이가 왼다고 를 오른다리로 헷갈린 거 아닌가 싶은 걱정과 불안이 들 것이다.

 눈 속에는 수정체라는 부위가 있다.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한다. 이 투명한 렌즈가 연식이 오래되면 때 끼고 혼탁해지는데, 이걸 백내장이라고 부른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넣는 수술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는 혼탁한 정도와 별개로 점점 두꺼워지기도 한다. 보는 데 별 지장이 없다면 두꺼워지는 게 무슨 문제냐 하실 것 같다.

 눈의 구조를 조금 더 설명해보겠다 . 눈의 앞에는 투명한 각막(검은 동자)이 있고 그 뒤에는 조리개 역할을 하는 홍채가 동공이라는 구멍만 남기고 자리 잡고 있다. 홍체 바로 뒤에 수정체가 있고, 각막과 홍채 사이의 공간을 전방(앞쪽 방)이라고 한다. 눈 속 모양체에서 만들어지는 '방수'라는 액체는 홍채 뒤에서 동공을 통해 앞으로 나온 뒤, 각막과 홍채가 만나는 가장자리인 전방각의 섬유주를 통해 빠져나간다. 섬유주는 눈 속 물의 배수구인 셈이다. 여기서 잠깐, 이 방수가 눈물이냐? 아니다. 방수는 눈 안쪽, 다시 말해 안구 내부를 채우고 순환하는 맑은 액체다.

 눈의 앞뒤 길이가 짧거나 원래 전방이 얕은 사람은 이 공간이 처음부터 넉넉하지 않다. 여기에 수정체가 두꺼워지면 바로 앞에 있는 홍채가 각막 쪽으로 점점 밀려난다. 그러면 주변부 홍채와 각막 사이의 전방각이 좁아지고, 결국 홍채가 배수구인 섬유주를 가리게 된다. 이것이 폐쇄각의 기본적인 구조다.

 전방각이 갑자기 닫히면 안압이 급격히 올라 눈의 통증과 충혈, 두통, 구토 등이 나타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응급으로 안압을 낮추고 레이저 홍채절개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폐쇄각이 항상 이렇게 요란하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전방각이 좁아지면서 서서히 안압이 올라 시신경이 손상되는 만성 폐쇄각 녹내장도 있고, 아직 시신경 손상은 없지만 구조적으로 폐쇄각이 발생하기 쉬운 눈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 환자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백내장 수술이 등장한다. 두꺼워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훨씬 얇은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눈 속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 홍채가 뒤로 이동하면서 전방이 깊어지고 전방각도 넓어진다. 그 결과 홍채에 가려졌던 방수의 배수구가 다시 노출된다. 좁은 복도를 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가구를 치우니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인테리어가 되는 거다.

물론 전방각이 좁다고 모두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안압과 전방각, 시신경 손상과 백내장의 정도 등을 종합해 레이저나 약물치료, 백내장 수술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다. 폐쇄각 녹내장이 오래됐다면 이미 홍채가 섬유주에 붙어 백내장 수술 후에도 별도의 녹내장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같은 백내장 수술이라도 어떤 환자에게는 흐려진 렌즈를 갈아끼우는 수술이고, 또 어떤 환자에게는 좁아진 눈 속 복도를 틔워주는 녹내장 치료가 된다.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역시 어렵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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