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철수'가 던진 메시지
입력 : 2011. 09. 15(목) 00:00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그의 이름을 빗대 "(철수가 나오면) 영희도 나오겠네"하며 깎아내렸다. 며칠 후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단일화를 이루자 대변인을 통해 나온 말은 '강남좌파의 야합쇼'다. 상황에 따라 화려(?)하면서도 저급한 수사(修辭)로 폄하했다.

이런 와중에 안철수 원장이 손을 들어준 박원순 변호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당 후보 아무나 하고 대결해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박 단일화'는 지난 13일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출마로 이어졌다. 한 전 총리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혁신, 야권과 시민 사회의 통합, 그리고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바람'을 '철수와 영희'로 깎아내렸던 한나라당은 아직까지도 서울시장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50%의 지지율을 5%에 양보한 안철수 원장은 '안-박 단일화' 이후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년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전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 정도의 바람이다.

박원순 변호사로의 단일화 직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반짝 거품'으로 평가 절하했다. 단일화 이전 안 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한나라당은 아니"라고 말한 것에 분을 삭이지 못했을까?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온 '안철수 현상'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한나라당 일부에서 "국민은 감동을 먹고 있는데 당은 옆에서 야유하고 헐뜯고 있다"는 등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이명박 대통령 조차도 추석 특별대담에서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안철수 원장은 '아름다운 양보'를 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추석 전 그는 내년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에이! 무슨 소리"로 일축했다. 그가 대선에 뛰어들지는 그만이 안다. 그가 국민과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그리고 정치를 하고 있거나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가 던진 메시지가 무엇인지 헤아려야 할 때다. <한국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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