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작은 학교'를 살리는 힘
입력 : 2011. 12. 01(목) 00:00
진선희기자
마을에서는 잔치국수를 마련해놓고 손님들을 맞았다. 겨울을 재촉하는 안개비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하나둘 행사장에 도착한 사람들의 표정엔 기대감이 묻어났다.

지난달 29일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열린 공동주택 건립 기공식 현장을 찾았다. 학교 살리기 운동에 따른 납읍리의 공동주택 건립은 이번이 세번째다.

맨 처음 납읍리에서 공동주택을 건립해 학생수를 늘리는데 성공하자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이어졌다. 저청중학교, 신엄중학교, 어도초등학교, 물메초등학교 등을 살리겠다며 해당 마을에서 초등생 자녀가 있는 세대를 끌어오려는 공동주택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빈 집을 무료로 빌려주는 방법으로 학생 유치에 나선 마을도 10여군데 있었다.

학교 통폐합의 기준은 오직 하나, 학생수 60명 미만이다. 현재 납읍초 학생수가 82명인 납읍리에서 20억원 가까이 모금해 공동주택을 다시 짓는 것은 60명 미만으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심사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없어진다"는 통폐합 반대 입장에 일부분 공감하면서도 아쉬운 대목이 있다. 소규모 학교의 '남다름'을 키우려는 노력은 소홀했다는 점이다. 당장 다세대 주택을 짓고 빈 집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학생을 끌어와 통폐합 기준을 넘기더라도 얼마안돼 자연감소 요인이 생긴다는 점에서 자칫 '도돌이표'가 될 수 있다.

소규모 학교는 획일화된 제도교육의 틀을 깨고 알찬 내용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이점을 지녔다. 실제 '작은학교 교육연대'처럼 생태·인권·문화 등 다양한 가치를 내세우며 공교육 안에서 교육 실험을 성공시킨 작은 학교 운동을 벌이는 곳이 있다. 규모가 큰 학교의 교육 여건이 더 낫다는 일부의 선입견을 깨고 작은 학교를 존속시킬 수 있는 힘은 그곳에서 어떤 공교육을 펼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즈음 통폐합을 둘러싼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당장 성산읍 풍천초·수산초에 대한 내년 3월 분교장 개편안을 담은 조례가 제주도의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목청을 높일 때가 아니다. 폐교나 분교장 개편 위기에 놓인 소규모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궁리하는 일이 절실해 보인다. <진선희 사회교육부 차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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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 12-01 18:44삭제
공감합니다. 작은 학교 너무 어렵습니다. 도와주려 하지 않고, 사라지라고 억누르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에 무슨 잘못 있습니까? 작은 학교 된 것 그곳 사람들 때문입니까? 그 학교 때문입니까? 그 아이들 때문입니까? 조금만 지원해주면 작은 학교가 가징 행복한 학교 됩니다.
학부모 12-01 09:53삭제
학생수 기준인 통폐합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많은것 같다. 학생수가 40명이면 교육여건이안좋고 61명이면 여건이 좋다는 말인지....학생수를 기준으로 통폐합 문제를 결정하는 것부터 재고해야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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