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하로동선(夏爐冬扇)'
입력 : 2012. 07. 11(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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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서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절기로 넘어가고 있다. 예로부터 무더위를 주제로 작문할 때면 곧잘 '하로동선(夏爐冬扇)'이 등장했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은 흔히 쓸모없는 짓이나 불필요한 물건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직역하면 여름날의 화로나 한 겨울의 부채질이니 생각만 해도 뜬금없기는 분명하다.
이 말이 반대로 선가(禪家)에 들어서면 전혀 다르게 들린다. '여름화로'와 '겨울부채'가 쉽게 깨우치기 힘든 '화두'로 다가서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의 선승 동산양개 화상의 일화다. "더위나 추위는 어떻게 피해야 하느냐"라고 누가 묻자 "더위도 추위도 없는 곳으로 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더울 때는 그대를 덥게 하고, 추울 때는 춥게 하면 더위도 추위도 없다는 것이다. 더위속에 더위가 없고, 추위속에는 추위가 없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여름나기에 몸이 지친 선인(先人)들은 마음으로 더위를 다스리고자 했다. 예를들면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두기, 연못의 연꽃구경하기,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등이 그것이다.
바야흐로 올 여름도 본격적인 무더위 시즌을 맞고 있다. 장마철인데다 '작은 더위'를 일컬으며 본격적으로 더운 날씨에 접어든다는 소서(7일)가 바로 지났다. 초복(18일) 중복(28일)도 이어지면서 '삼복더위'를 피할 수 없게 되었고 1년중 가장 덥다는 대서(22일)까지 겹쳐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조만간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해마다 길어지는 열대야(熱帶夜)에 잠을 설치는 무수한 밤들도 각오해야 한다.
한껏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화로를 끌어 안은 듯 뜨거운 나날들"이 예견되는 시점이다.
한 여름 무더위야 저마다 자신에 맞는 피서법으로 이겨 나가든지, 아니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지만 사회 현안에서 많은 도민들이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삶의 '무더위'들은 어찌 감당해야 할 것인가. 현안마다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무더위까지 맞으면서 '이중고'로 다가서는 상황이다.
제주지역의 정치·사회분야 갈등·갈망을 차치하고서라도 경제분야에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의 요원한 현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대형마트 휴무로 인한 골목상권 살리기 시책은 한 달여간 시행결과 대다수 상인들이 여전히 '효과 미지수'라는 입장이고, 청년들의 취업난 심화에다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택시기사들의 하소연 등등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다 한·미 FTA에 이은 한·중 FTA 추진은 제주지역 농어민들의 생존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벌써부터 감귤 마늘 감자 당근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피해 예방대책을 주문하는 농민들의 아우성이 지역사회 곳곳에 들끓고 있다.
누군가 얘기했듯이 "'여름 화로'는 저리도 맹렬한데 이를 다스릴 '겨울 부채'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다. <김기현 경제부장>
'하로동선(夏爐冬扇)'은 흔히 쓸모없는 짓이나 불필요한 물건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직역하면 여름날의 화로나 한 겨울의 부채질이니 생각만 해도 뜬금없기는 분명하다.
중국 당나라의 선승 동산양개 화상의 일화다. "더위나 추위는 어떻게 피해야 하느냐"라고 누가 묻자 "더위도 추위도 없는 곳으로 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더울 때는 그대를 덥게 하고, 추울 때는 춥게 하면 더위도 추위도 없다는 것이다. 더위속에 더위가 없고, 추위속에는 추위가 없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여름나기에 몸이 지친 선인(先人)들은 마음으로 더위를 다스리고자 했다. 예를들면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두기, 연못의 연꽃구경하기,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등이 그것이다.
바야흐로 올 여름도 본격적인 무더위 시즌을 맞고 있다. 장마철인데다 '작은 더위'를 일컬으며 본격적으로 더운 날씨에 접어든다는 소서(7일)가 바로 지났다. 초복(18일) 중복(28일)도 이어지면서 '삼복더위'를 피할 수 없게 되었고 1년중 가장 덥다는 대서(22일)까지 겹쳐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조만간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해마다 길어지는 열대야(熱帶夜)에 잠을 설치는 무수한 밤들도 각오해야 한다.
한껏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화로를 끌어 안은 듯 뜨거운 나날들"이 예견되는 시점이다.
한 여름 무더위야 저마다 자신에 맞는 피서법으로 이겨 나가든지, 아니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지만 사회 현안에서 많은 도민들이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삶의 '무더위'들은 어찌 감당해야 할 것인가. 현안마다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무더위까지 맞으면서 '이중고'로 다가서는 상황이다.
제주지역의 정치·사회분야 갈등·갈망을 차치하고서라도 경제분야에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의 요원한 현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대형마트 휴무로 인한 골목상권 살리기 시책은 한 달여간 시행결과 대다수 상인들이 여전히 '효과 미지수'라는 입장이고, 청년들의 취업난 심화에다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택시기사들의 하소연 등등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다 한·미 FTA에 이은 한·중 FTA 추진은 제주지역 농어민들의 생존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벌써부터 감귤 마늘 감자 당근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피해 예방대책을 주문하는 농민들의 아우성이 지역사회 곳곳에 들끓고 있다.
누군가 얘기했듯이 "'여름 화로'는 저리도 맹렬한데 이를 다스릴 '겨울 부채'는 어디서 구해야 하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다. <김기현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