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열기 그리고 냄비…
입력 : 2012. 08. 01(수) 00:00
연일 30℃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열대야까지 이어지면서 대지가 뜨겁다.

그리고 지구촌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2012 런던올림픽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이 연일 명승부에 흥분하며 장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8월13일까지 보름 이상 일희일비하는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잠못 이루는 밤 '올림픽 특수'는 몸은 피곤하지만 스포츠팬은 그나마 즐겁다.

피서철을 맞아 가는 곳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더위를 좇아가고 있다. 더위를 식히러 나섰는데 오히려 더위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제주국제공항은 매일 피서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세하면서 제주는 불한증막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글거리는 가마솥 더위에 주위의 시선을 한데 모았던 사건이 일단락돼가고 있다. 올레길 관광에 나섰던 여인 피살사건이다. '통영 여초등생 살해사건'과 맞물리면서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쳤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날씨 못지 않게 핫이슈가 보태지면서 더욱 덥게 느껴지고 있다. 기왕이면 시원하고 행복한 뉴스가 제주에서 시작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가 음식을 조리할 때 자주 사용하는 냄비가 있다. 냄비는 그 성질상 불을 가열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끓는다. 그런 반면 끓는 속도만큼 식는 것도 빠르다. 한 여름에 웬 냄비타령이냐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으면 흥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성질을 얘기하고자 함이다.

우리나라 국민성을 일컫기도 하는 냄비근성. 냄비근성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장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 좋은 뜻으로는 이른바 '다이내믹 코리아'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활력이 넘친다는 것이다. 코리아의 활력은 세계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를 비롯해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을 넘어서는 역동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냄비근성과 비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올레사건'은 단순히 냄비근성으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이번 사건 역시 냄비가 식듯이 식어갈게 뻔하기 때문이다.

올레사건이 터진 시점에 때마침 경찰청장이 제주를 방문했었다. 빠른 시일 내에 검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검거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예방활동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것은 제주의 자연과 독특한 문화유산이 좋은 이유일 것이다. 제주의 자연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은 치안이 담보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제 8월이다. 9월까지 더위가 이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게 되면 만사가 귀찮아 망각하기 쉽다. 제주의 '안전'은 누가 지켜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인의 자존을 지키려는 지역사회의 공동노력이 뒷받침됐음 하는 바람이다. 날이 뜨거워질수록 찬공기가 피부에 와닿는 시기도 더욱 가까워지는 법이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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