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행정시장
입력 : 2012. 08. 08(수) 00:00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다. 행정시장이다. 행정시장은 보은(報恩)인사로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이번엔 누구, 다음엔 누구식이다. 선거때 줄 잘서고 공(功)을 세운 사람은 일단 행정시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깜짝 발탁'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상했던 인물이 행정시장에 임명된다. 공모도 하지만 막상 발표하고 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행정시장이 되고 안되는 것은 전적으로 도지사의 마음에 달려있다.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한층 강화된 도지사의 막강 권력이다.

행정시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들쭉날쭉이다. 잘해야 2년, 그렇지 않으면 1년6개월이다. 예산 편성권도 없다. 특별자치도에서 예산을 편성하면 그 범위 내에서 집행만 하고 있을뿐이다. 그러다 보니 '돈 10원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명색의 시장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인사권도 5급 이하로 못박고 있다. 말이 5급 이하이지 사무관 승진은 도지사의 입김이 작용할 때가 많다. 선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의 직선제 시장과 군수는 수 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했다. 인사도 자기 밑으로는 다했다. 지금의 행정시장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행정시장의 한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주어진 권한도 행사를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도지사가 있는 도청의 눈치만 보고 있다. 특별자치도는 행정시장에게 5급 이하에 대한 승진·임용·전보 권한을 주고 있다. 8월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에는 사무관 교육을 마친 5급 승진 대상자가 각각 5명씩 있다. 이들은 올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사무관 승진 대상자로 의결됐다. 6주간의 사무관 교육도 마쳤다. 일부는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지난 3월 31일로 교육이 끝나고 사무관 자리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7월말이나 8월초로 예상됐던 도의 하반기 정기인사가 늦어지면서 6급 상태로 5개월째다. 동료 직원이나 시민들로부터 '읍·면장님' '과장님' 소리를 듣고 있지만 실제로는 6급 담당이다. 행정시장은 사무관 교육을 마친 승진 대상자들에게 아직까지도 임용장을 주지 않고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면 되는데 차일피일 미루면서 당사자들의 속만 태우고 있다. 행정시의 인사부서 관계자는 "도에서 할 때 같이하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도의 하반기 정기인사는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와 대탐라전, 세계7대자연경관 인증식 등 대규모 행사가 끝나는 9월말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무관 승진 대상자들은 그때까지는 6급 담당이다. 일부 5급 승진 대상자는 9월말에 인사가 이뤄질 경우 고작 3개월을 정식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간다고 한다. 올해내로 인사가 없을 경우에는 '말짱 도루묵'이다.

사람의 일은 모른다. 사람인지라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할 수 있다. 9월말 이전에 그들의 신상(身上)에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정식 사무관도 못해보고 공무원을 그만 둘 판이다. 순전히 사기진작 문제다.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도 행정시장의 몫이다. 도지사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시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한국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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