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추가시간
입력 : 2012. 12. 12(수) 00:00
지난 10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맨체스터 더비(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간의 라이벌 경기)에서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맨체스터극장'으로 불리는 이 경기에서 맨유는 후반 추가시간에 판 페르시의 프리킥골이 터지면서 3-2 승리를 거뒀다. 전반에만 웨인 루니의 두 골로 맨유가 앞서갔으나 후반 들어 전열을 정비한 맨시티가 추격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후반추가시간에 터진 골로 희비가 엇갈렸다.

앞서 맨시티는 지난 5월 13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2011-2012 리그 최종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만 두 골을 몰아 넣으며 3-2로 역전승, 기적적인 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맨유와 승점 동률을 기록하고 있던 맨시티는 골득실에서 크게 앞서 마지막 QPR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하면 무조건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등권 싸움의 소용돌이에 있었던 QPR의 강력한 저항에 패배 직전까지 내몰려 우승의 기회를 놓칠 뻔했다.

축구경기에서 정규시간이 지나고 주어지는 추가시간은 양날의 칼로 정의할 수 있다. 한 골 차로 끌려가던 팀이 추가시간에 골을 넣으면 무승부로 끝나거나 연장전에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기고 있던 팀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무승부로 진행되던 경기에서는 추가시간의 골로 승패가 갈리게 된다.

올드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명장면이 있다. 1976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한국-말레이시아전이다. 빗속에서 열렸던 이 경기에서 차범근 해설위원은 1-4로 뒤진 가운데 경기종료 5분을 남겨두고 세 골을 터뜨리며 극적으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그만큼 축구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은 행운의 시간이 될 수 있고, 잔인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축구와 비슷한 전쟁이 치러지는 선거판으로 가보자.

'대한민국의 선택 2012'로 불리는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오늘(12일)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7일 남았다는 표현이 맞을 법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2파전'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에서 피말리는 승부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남은 일주일간의 선거운동기간은 축구경기의 추가시간과 유사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앞서가는 후보측에서는 남은 일주일이 길게 느껴질 것이고, 추격하는 후보진영에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양측 진영은 사활을 건 격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앞에서 소개한 맨유와 맨시티의 전쟁과 흡사하다. 남은 추가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 분명하다.

이제 남은 일주일 우리 국민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처럼 명승부가 연출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통해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문득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얘기가 떠오른다. 그리고 선택의 시간은 7일 밖에 남지 않았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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