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用兵術·用人術·容認術
입력 : 2013. 03. 13(수) 00:00
세계야구월드컵격인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요즘 미국과 일본 등에서 한창 펼쳐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일찌감치 1라운드에서 예선탈락의 쓴잔을 들고 쓸쓸히 귀국했다. 대한민국을 탈락시킨 팀은 바로 네덜란드였다. 예선을 통과한 뒤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연거푸 무너뜨리며 챔피언십 라운드까지 오르는 기적을 이룬 돌풍의 팀이다.

네덜란드는 쿠바와의 첫 경기에서 게임이 술술 풀렸고, 쿠바는 정반대였다. 오죽했으면 쿠바 감독이 계속 던지고싶은 투수를 수시로 강판시키며 승리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투수교체가 적중할 때도 있지만 아닌 때도 있었다. 감독의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네덜란드 감독은 자신의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용병술(用兵術)을 전개했다. 용병술은 군사를 지휘하는 능력으로 일컬어진다. 결국 네덜란드는 지난 11일 치러진 두번째 대결에서도 승리하는 기쁨을 누렸다.

얼마전 대한민국 4대 프로스포츠 중 야구, 축구, 배구에 이어 농구마저 '승부조작'에 휘말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현역감독이 직접 연루돼 파문이 컸다. 원주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2010~2011 시즌 2~3월 원주 동부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치러진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주전들을 벤치에 앉히고 후보선수들을 뛰게 했다. 뛰어난 용병술(?)인 셈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당시 대한민국의 사령탑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이 새삼 생각난다. 월드컵이 끝난 직후 그의 용병술을 다룬 책은 날개 돋힌 듯 팔렸다. 히딩크의 제자 홍명보 감독도 런던올림픽에서 탁월한 용병술로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는데 이바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보름이 지났다. 그런데 여태껏 제대로 된 정부조직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부터 장관후보 내정까지 대통령의 용인술(用人術)에 말이 많다. 말 그대로 여기서 용인술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인 셈이다.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는 대통령을 믿고 맡겨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야당 등에서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장관후보 중 무기중개업체 로비활동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국방장관 내정자를 임명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방장관 내정자는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달라"며 자진사퇴 거부 입장을 재확인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장수의 역할을 보여줬다.

용병술과 용인술에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인정하는 기술이나 재주를 일컫는 또다른 용인술(容認術)이 보태지면 어떨까? 대통령도, 야당도, 국민들도 후자의 용인술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부터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돌아보는게 좋을 듯 싶다.

스포츠에서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장관을 임명하는 것 역시 대통령의 권한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포츠와 국정은 다르다. 스포츠에서 패한 장수(감독)는 교체하면 그만이다. 국정은 그렇지 못하다. 2013년 3월은 용인술(容認術)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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