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고위공직자의 끝없는 탐욕
입력 : 2013. 03. 27(수) 00:00
괜한 의문인가. 요즘 녹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이 쌓인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속속 드러나는 새 얼굴을 접하면서다. 새삼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지, 또 이들에게 요구되는 기본자세는 뭔지 꼬리를 문다. 공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국민의 공복이다. 때문에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공익보다 사익이 앞서면 탈나기 쉽다. 이런 공직자에게 깨끗한 공직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평소 법과 질서를 유난히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은 뭔가 다를 줄 알았다. 웬걸 총리나 장관이나 가릴것이 없다. 청문 대상자는 하나같이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위장전입·탈세·부동산투기·병역비리는 어김없이 단골메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비웃음을 샀던 이른바 '4대 필수과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오죽하면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선 이중 하나는 이수해야 한다고 놀릴까.

자, 한번 보라. 국민의 기본의무인 납세조차 기피한 장관이 한 둘이 아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자원부 장관,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그들이다. 이들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탈세 의혹을 받고서야 뒤늦게 증여세 등을 냈다. 정홍원 총리를 비롯 유진룡 문화관광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위장전입이 들통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병역기피 의혹에다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인사도 적잖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 줄줄이 사퇴했다.

새정부를 진두지휘할 인사들을 보면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서민들은 감히 범할 수 없는 일들을 쉽게 저지르고 있잖은가. 문제는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것 같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각종 의혹이 불거져 온갖 비난이 쏟아져도 이에 아랑곳없이 거의 버티고 본다. 벼랑끝으로 몰려 본인이 상처를 입을대로 입은 후에야 결국 물러난다. 이게 다 고위공직자의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흠이 많아 못한다"고 사양하면 될 일이다. 왜 그렇게 '자리'를 탐내서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는지 안타깝다.

그래서 한 야당인사의 지적은 통렬하게 와닿는다. 그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인재가 없느냐"고 한탄했다. 여당인사는 한술 더 떠서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장관이 신뢰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느냐는 우려에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가세해 따끔하게 꾸짖었다. 그는 "공직의 존엄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돈과 명예를 다 가질 수 없다"고. 그러면서 "병역·부동산투기·탈세만큼은 떳떳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훈수했다.

그렇다면 고위공직자는 공인의식이 남달라야 한다. 일반인보다 훨씬 수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도 잘못하면 사과하고 자숙기간을 갖는다. 반면 고위공직자들은 세금을 안내고 법을 어기면서도 가벼이 여기는게 아닌가. 박근혜 정부가 이런 인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걱정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윗물'이 맑아야 하는데 영 개운치 않아서다. 희망의 행복시대가 제대로 열릴지 벌써부터 의심스럽게 하는 이유다. 기우였으면 한다. <김병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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