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이제 세대교체는 대세(大勢)다
입력 : 2013. 09. 04(수) 00:00
제주정가가 세대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꺼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지사를 두 번이나 한 김태환 전 지사다. 지난달 30일 열린 그의 자서전 '특별자치도허난 무신거라' 출판기념회 때다. 그는 이날 1942년생으로 자신과 동갑인 우근민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에게 제주사회의 세대교체와 사회통합, 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해 우리 3명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토를 달았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주사회의 통합과 특별자치도 완성을 지지하는 도민과 함께 힘을 모으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다분히 우 지사를 압박하는 발언이다. 우 지사가 내년 선거에 또 나오면 나도 출마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면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정객(老政客)이 어린애도 아니고 우 지사가 제안을 거부해서 어쩔 수 없이 출마하니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는가. 명분쌓기라는 지적도 있으나 그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김 전 지사는 우 지사와 신 전 지사를 끌어들이며 자신의 도지사 재임기간의 과(過)도 깔끔하게 인정했다. 3명이 도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 편가르기 등의 병폐가 점점 더 심해져 제주사회 통합과 특별자치도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처럼 도지사를 두 번이나 한 신구범 전 지사도 김 전 지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동반 불출마 제안을 받았다. 그는 김 전 지사의 자서전 추천사에서 "제주특별자치도에 관한 한 나와 김태환 지사는 임신과 출산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며 서로 나쁜 감정이 없는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강단(剛斷)이 있다는 말을 듣는 그는 지난 1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의 편가르기 병폐 발언을 의식한 듯 "바른 정치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까지 도매금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제대로 된 평가는 하고 나서 비판을 해도 해야 되지 않느냐"며 다소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적어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면 도민들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선거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당선된, 내년에 또 도지사 출마가 확실시되는 우 지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신 전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하지 않는다는 게 제주정가의 분석이다. 호사가(好事家)들은 '임신과 출산의 관계'라며 신뢰를 보냈던 김 전 지사와 함께 우 지사에게 불출마를 압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우 지사가 출마하면 어떤 방식이든 둘은 힘을 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이 되면 또 편가르기다. 세대교체를 원하는 도민들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도지사를 무려 다섯 번째 하고 있는 우 지사는 김 전 지사의 공동 불출마 제안에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지사가 "특별자치도는 엉거주춤한 상태다. 중병에 걸린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리자 "남을 비판하는 건 제주정신이 아니"라고 대응할 뿐이다. 그는 출마에 대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맘껏 즐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제주정가의 움직임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세대교체는 대세(大勢)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