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물의 가치’를 일깨운 계사년 가뭄
입력 : 2013. 09. 11(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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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아득한 옛날에도 물의 소중함을 모르진 않았던 모양이다. 고대의 한 철학자도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설파했다. 물이 없었다면 지구상에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인간도 물에서 생명을 얻고 물에서 생명을 의지하고 있잖은가. 일찍이 물의 가치를 간파한 현인의 명언을 새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물만큼은 모자람이 없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올여름 제주섬은 '만물의 근원이 물'임을 처절하게 실감했다. 사상 유례없는 가뭄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간이 가뭄과 사투를 벌이긴 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그럴만도 했다. 1923년 기상관측 이래 90년만에 맞는 지독한 가뭄이다. 불볕더위는 으레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이니 그래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폭염에 두달 가까이 비 한방울 없는 기록적인 가뭄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가뭄사태로 도민의 삶은 말이 아니었다. 마실 물조차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중산간 일부 지역은 제한급수(격일제)가 이뤄졌다. 연중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한여름에 '물과의 전쟁'을 치렀다. 물을 팔아먹지 못해 난리인 제주섬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숙박시설은 물탱크를 설치하느라 1천만원이 넘는 생돈을 들여야 했다. 내다 팔 물은 있어도 도민이 마실 물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특히 가뭄피해는 농작물에 큰 타격을 줬다. 농민은 그야말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농작물이 타들어가면서 농민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간 것이다. 파종한 당근은 싹을 틔우지 못해 애태웠다. 이미 자란 콩이나 참깨 등은 생육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었다. 노지감귤도 소과 대량생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랜 가뭄으로 1차산업의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한 농민의 넋두리가 애처롭다. "올해처럼 하면 농사를 못짓겠다"고 혀를 찼다. 가뭄으로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럴까 싶다.
어디 이뿐인가. 올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도 말라갔다. 지하수 수위가 제주 전역에 걸쳐 눈에 띄게 낮아졌다. 서귀포시 동부지역은 지하수 수위가 평년(38m)보다 무려 6.7m나 내려갔다. 문제는 지하수 수위가 단순히 낮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하수 수위 하강은 곧바로 해수침투로 이어진다. 해수침투는 한번 발생하면 회복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도민이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가 줄어드니 큰 일이다.
이제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아서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 등 전세계가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가뭄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더욱이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갇혀 있다. 그래서 물이 없는 제주섬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번 제주를 휩쓴 가뭄은 물의 중요성을 거듭 웅변해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뭄이 한창일 때 사회지도층 인사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제주도는 개발을 서두를 필요 없다. 물만 잘 보전하면 그게 살길"이라고 했다. 제주에 많은 생채기를 남긴 2013년(계사년) 가뭄은 '물의 가치'를 통렬하게 일깨워준다. 치수(治水)는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자질을 가늠케하는 중대사안임이 틀림없다.
<김병준 편집부국장>
가뭄사태로 도민의 삶은 말이 아니었다. 마실 물조차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중산간 일부 지역은 제한급수(격일제)가 이뤄졌다. 연중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한여름에 '물과의 전쟁'을 치렀다. 물을 팔아먹지 못해 난리인 제주섬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숙박시설은 물탱크를 설치하느라 1천만원이 넘는 생돈을 들여야 했다. 내다 팔 물은 있어도 도민이 마실 물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특히 가뭄피해는 농작물에 큰 타격을 줬다. 농민은 그야말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농작물이 타들어가면서 농민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간 것이다. 파종한 당근은 싹을 틔우지 못해 애태웠다. 이미 자란 콩이나 참깨 등은 생육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었다. 노지감귤도 소과 대량생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랜 가뭄으로 1차산업의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한 농민의 넋두리가 애처롭다. "올해처럼 하면 농사를 못짓겠다"고 혀를 찼다. 가뭄으로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럴까 싶다.
어디 이뿐인가. 올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도 말라갔다. 지하수 수위가 제주 전역에 걸쳐 눈에 띄게 낮아졌다. 서귀포시 동부지역은 지하수 수위가 평년(38m)보다 무려 6.7m나 내려갔다. 문제는 지하수 수위가 단순히 낮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하수 수위 하강은 곧바로 해수침투로 이어진다. 해수침투는 한번 발생하면 회복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도민이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가 줄어드니 큰 일이다.
이제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아서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 등 전세계가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가뭄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더욱이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갇혀 있다. 그래서 물이 없는 제주섬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번 제주를 휩쓴 가뭄은 물의 중요성을 거듭 웅변해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뭄이 한창일 때 사회지도층 인사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제주도는 개발을 서두를 필요 없다. 물만 잘 보전하면 그게 살길"이라고 했다. 제주에 많은 생채기를 남긴 2013년(계사년) 가뭄은 '물의 가치'를 통렬하게 일깨워준다. 치수(治水)는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자질을 가늠케하는 중대사안임이 틀림없다.
<김병준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