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大學 길'
입력 : 2013. 11. 06(수) 00:00
매년 겨울을 맞기 전 우리 사회 큰 '통과의례'로 꼽혀 온 대학수능시험이 7일 일제히 치러진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대학 물'을 먹어야 하고, '대학 간판'이 우선시 되는 현실에서 수능시험 성적은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절대적인 관심사다. 그러다보니 수능일은 한국 사회 '통과의례'로 자리잡힌 지 오래다.

제주지역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작년과 비슷한 7302명의 수험생들이 응시했다. 학력별로는 재학생 6345명, 졸업생 822명, 검정고시 합격자 135명 등이다.

수험생 모두 자신의 실력이 오랜 시간 쏟아온 각고의 노력만큼 한 번의 수능에 최대한 발휘되길 바라지만 개인별로 모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원래 시험이란 제도가 그런데다 수능은 난이도 등에다 상대평가로 성적분류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만큼 한 번의 수능성적으로 '인생길'을 좌우한다고 믿는 수험생 입장에선 수능이 아주 버거운 순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설령 수능성적이 자신의 기대치를 밑돌더라도 좌절하거나 실의에 빠져서는 안된다.

갓 성인의 길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은 세상에 너무도 다양한 삶의 길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수능은 다양하고 평탄치만은 않은 한 평생 길에서 수많은 '관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길'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먼 행로의 인생길에서 가장 많이 여운을 남기는 길로 꼽힌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사람은 산다는 자체가 길을 걷지 않거나, 겪어보지 않고 '열매'를 맺을 수는 없다. 길을 걷는 이의 마음 가짐이 '길'을 걸어간 '답'이 될 것이다.

때로 사람은 살다보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할 때도 있다. 쉽고 편한 길이 아닌 혼자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떠나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언젠가 인생길이 화려하고 정감이 넘치다가도 어느 순간 험난한 가시밭길과 외로운 혼자만의 길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더군다나 인생길을 걷다보면 승자가 있는 곳엔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패자가 있음을 보게 된다. 해서 승자의 웃음 뒤엔 더 많은 패자들의 한숨과 실의가 서려 있기도 한다.

우화속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보자. 거북이는 무척 느린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앞의 목표에 맞춰져 있다. 집중한다는 얘기다. 발걸음과 시선, 목표가 한 방향으로 일치해 안정돼 있다.

반면 토끼의 시선은 주변의 경쟁자를 향해 있다. 앞으로 뛰긴 하는데 두리번 거린다. 경쟁자보다 앞선다 해도 토끼의 마음은 조급하다. 시선과 발길이 어긋나 있고 눈을 멀리 둘 목표가 없으니 항상 추월의 불안에 휩싸인다.

결국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없는 이치속에 소수의 승자든, 다수의 패자든간에 거북형 인간성은 그에게 행복감을 줄 것이다. 토끼형 인간은 이겨도 불행하다.

수험생들이여! 불안·초조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시험을 치르자! 이번 수능이 힘들다면 다음 기회 승리자가 되기 위해 멀리보고 꾸준히 가면 된다. '대학 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쉼없이 걷는 '인생 길'은 더 중요하지 않은가. <김기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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