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불칸낭'을 아시나요
입력 : 2014. 04. 09(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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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 선흘곶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선흘1리. 이 마을은 예부터 양반촌으로 알려졌다. 낙선동성이 말해주듯 4·3시기에는 마을 전체가 엄청난 희생을 겪었다. 다른 마을도 4·3의 참화를 비켜갈 수 없었지만 선흘1리도 유독 많은 피해를 입는다. 목시물굴에서의 학살 등은 기억하기에도 끔찍하다.
이 마을 복판에는 '불칸낭'(불타버린 나무)이 있다.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수백 년 동안 함께 해온 불칸낭은 마을의 산 증인이다. 마을의 역사뿐만 아니라 4·3의 비극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4·3 난리통에 선흘1리도 마을이 불에 탔다. 당시 마을에 있던 방앗간도 불길에 휩싸였다. 방앗간이 불에 타면서 옆에 있던 후박나무(신낭)에 옮겨 붙었다. 불길은 나무를 거의 태워버렸다.
마을 주민들은 나무가 죽은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름시름 앓던 불에 탄 나뭇가지에서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후박나무는 껍질이 벗겨지고 불에 타 버렸지만 늘 푸른 나무처럼 의연히 버티고 섰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무는 '불칸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4·3을 상징하는 나무가 된 것이다.
불칸낭이 죽음의 세월을 이겨내고 희망의 싹을 피워냈듯이 4·3도 긴 어둠의 세월을 지나 올해 처음으로 국가추념일이 됐다. 국가가 나서서 억울한 죽음과 희생을 위로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4·3위령제를 정부가 주최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노골적으로 4·3을 폄훼하고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4·3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순풍을 타는 듯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보수단체 등에서는 4·3관련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유적지 정비 등 4·3 사업에 국비지원이 중단되면서 중요유적지 등이 방치되고 있다. 유해발굴사업과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채혈 등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지만 보수세력은 4·3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4·3희생자 재심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의 손을 맞잡은 마당에 또다시 이념대립과 갈등 양상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민과 유족의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정부 여당의 4·3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부 여당이 4·3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긴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작 3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면서 생색을 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국가 공권력으로 인해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최소한의 유족 복지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족의 아픔이 덜어지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현안에 대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들이 나와줘야 진정성을 평가받는다. 보수세력을 의식해서 이름뿐인 국가추념일이 돼서는 안된다.
4·3은 보수세력이 흔들거나 폄훼한다고 해서 역사의 아픔과 진실이 감춰지지 않는다. 새로운 생명력으로 되살아난 '불칸낭'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윤형 정치경제부장>
마을 주민들은 나무가 죽은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름시름 앓던 불에 탄 나뭇가지에서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후박나무는 껍질이 벗겨지고 불에 타 버렸지만 늘 푸른 나무처럼 의연히 버티고 섰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무는 '불칸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4·3을 상징하는 나무가 된 것이다.
불칸낭이 죽음의 세월을 이겨내고 희망의 싹을 피워냈듯이 4·3도 긴 어둠의 세월을 지나 올해 처음으로 국가추념일이 됐다. 국가가 나서서 억울한 죽음과 희생을 위로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4·3위령제를 정부가 주최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노골적으로 4·3을 폄훼하고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4·3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순풍을 타는 듯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보수단체 등에서는 4·3관련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유적지 정비 등 4·3 사업에 국비지원이 중단되면서 중요유적지 등이 방치되고 있다. 유해발굴사업과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채혈 등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지만 보수세력은 4·3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4·3희생자 재심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의 손을 맞잡은 마당에 또다시 이념대립과 갈등 양상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민과 유족의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정부 여당의 4·3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부 여당이 4·3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긴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작 3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면서 생색을 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국가 공권력으로 인해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최소한의 유족 복지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족의 아픔이 덜어지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현안에 대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들이 나와줘야 진정성을 평가받는다. 보수세력을 의식해서 이름뿐인 국가추념일이 돼서는 안된다.
4·3은 보수세력이 흔들거나 폄훼한다고 해서 역사의 아픔과 진실이 감춰지지 않는다. 새로운 생명력으로 되살아난 '불칸낭'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윤형 정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