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경 2억원대 무인헬기 배치 1년 만에 '침몰'
입력 : 2023. 03. 28(화) 17:23수정 : 2023. 03. 29(수) 15:32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지난 4일 훈련 중 바다 추락 수심 깊어 인양 포기
시범 도입 1년 만에 사고 발생… 예산 낭비 논란
물에 뜨는 부력장치 무용지물 기체 결함 등 조사
해양경찰청이 지난해 3월 첫 도입해 7개 경비함정에 배치한 무인헬기.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지난해 3월 제주 해양경찰 5000t급 경비함정에 처음 배치된 고가의 무인헬기가 훈련 도중 바다로 추락해 바닷속에 가라 앉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제주해경은 기체 결함 또는 조종사 과실 등 추락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오는 30일 첫 회의를 연다.

28일 서귀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3시 20분쯤 서귀포시 이어도 남서쪽 142㎞ 해상에서 서귀포해양경찰서 소속 5000t급 경비함정 5002함에 배치된 무인헬기 '루펠E'가 바다에 추락했다. 당시 5002함은 무인헬기를 동원해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과 실종자 수색을 가장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사고는 고도를 하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무인헬기를 조종하는 해경 대원이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기체가 상공에서 갑자기 돈 뒤 순식간에 바다로 추락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무인헬기에는 바다에 뜰 수 있는 부력 장치가 있지만 당시 사고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무인헬기 기체 양쪽에 달린 이 부력장치는 바다에 추락하면 이산화탄소 가스를 분사해 해상에 뜰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하나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고, 하나는 작동 도중 추락 충격으로 기체에서 곧바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무인헬기는 바다에 추락하자마자 속절없이 바닷속으로 가라 앉았다. 해경은 무인헬기 인양을 검토했지만 사고 해역 수심이 45m로 너무 깊어 포기했다.

바다에 수장된 무인헬기는 지난해 3월 해양경찰청이 원거리 임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시범 도입한 것이다. 서귀포해경 소속 5002함을 비롯해 서해5도 특별경비단·태안·군산·목포·제주·동해해경서 소속 등 1500t급 이상 경비함정 7대에 각각 배치됐다.

무인헬기는 길이 약 1.8m로, 최대 75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360도 모든 방향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중계기가 설치돼 구조물로 인한 장애 없이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고 사람이나 물체가 발산하는 적외선 에너지를 포착해 영상으로 바꾸는 광학 열상장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임무 수행 중 통신두절에 대비해 함정으로 자동으로 복귀하는 기능과 함정과 최대 20㎞ 떨어진 곳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수신 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됐다. 대당 가격은 2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국어선 불법 조업을 채증하려면 해경 경비함정이 어선과 불과 1㎞ 떨어진 곳까지 근접해 사진 촬영을 해야했지만, 무인헬기는 경비함정에서 반경 20㎞까지 이동해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감시 범위가 기존 방식보다 20배 넓다.

지난해 11월 서귀포해경은 불법 조업 중국 어선 2척을 무인헬기로 추적해 나포에 성공했다. 당시 우리나라 해경이 무인헬기로 거둔 첫 성과여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낸 지 불과 4개월 만에 몇번 써보지도 못한 고가의 장비가 바다에 수장돼 예산 낭비 논란 등이 예상된다.

서귀포해경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드론 전문가와 학계가 참여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0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기체 결함인지, 조종사 과실인지 등은 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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