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3)문화재보호법에 묶인 성읍민속마을
입력 : 2023. 05. 30(화) 00:00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문화재 보호라는 ‘굴레’… 주민 재산권 침해에 불편 심화
국가 지정 민속마을 자격… 유·무형 문화재도 여럿
문화재보호법 규제에 형상변경 허가절차도 복잡해
유산본부 “올해부터 전문가 자문단 운영 신속 처리”

[한라일보]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1리에 위치한 정의현성을 품고 있는 성읍민속마을은 제주지역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적 가치가 큰 곳이다. 특히 국가지정 민속마을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데다 주민들이 직접 거주하고 있다는 점은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정의현의 중심마을로서 제주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 보호라는 '굴레'로 인한 주민들의 갖가지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통을 보호·보전하는 숙명적인 시간적·지리적 배경으로 인한 걸림돌은 젊은이들은 물론 대를 이어 이곳을 지키던 토착주민들마저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3회에 걸쳐 성읍민속마을의 정주여건 개선방안 등에 대해 점검코자 한다.

600년전 정의현 중심지인 성읍민속마을의 정의현성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성 내에 있는 옛 모습을 간직한 '한봉일 고택'과 현대식 창틀 등 다소 개조된 성밖의 초가들의 모습(사진 오른쪽). 백금탁기자
▶"문화재보호 따른 각종 규제 주민 불편 직결"=성읍민속마을은 직접 주민들이 거주하며 삶을 영위하는 주거지이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서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수백년전의 마을 모습을 지켜야 하기에 이에 따른 각종 규제는 주민 불편으로 직결되고 있다.

현상변경을 받으려면 우선 서귀포시에 신청하고, 시는 다시 제주유산본부에 요청하고, 유산본부는 재차 문화재청에 요구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실정이다. 소요시간도 적지 않다.

현재 성의민속마을에는 지정 문화재 26개(민속 6, 무형 1, 천연기념물 1, 도 18)가 있다. 600년 역사를 간직한 정의현성, 천연기념물 느티나무와 팽나무군, 국가민속문화재 제주 초가 5가구·16동, 국가무형문화재 제주민요 등이 있다. 여기에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유형문화재 정의향교를 비롯해 돌하르방, 오메기술·고소리술, 초가장, 영장소리, 정의현 객사 전패 등도 즐비하다.

하지만 이곳이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재난피해 복구조차도 신속하게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좁고 낡고 불편한 초가에서 직접 주민들이 거주해야 하는 형국으로 각종 문화재 보호 및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함께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보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된 목소리다. 이러한 바탕을 토대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산권 피해 커… 무허가 가옥 개조 불법양산 심각=성읍민속마을의 국가민속문화재(188호) 지정으로 지난 38년간 이어진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는 극심한 실정이다. 특히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른 각종 개발 규제와 함께 가옥에 대한 현상변경허가 절차도 복잡해 허가를 받지 않고 현대식 화장실, 보일러실, 부엌 등 가옥을 개조하는 등 불법행위도 적지 않다.

성읍민속마을 등 제주도 내 문화재 관리 주체인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본부에 따르면 등록가옥은 306가옥·1305호다. 이 가운데 훼손된 곳은 237가옥이며 무허가 건축물도 870동에 이른다.

이에 제주유산본부는 훼손 가옥에 대해 2016년 이후 매년 10억원(가옥당 2억~3억원)을 들여 현재 15가옥을 정비했다. 또한 무허가 건물에 대해 2026년까지 시범정비사업(철거비 ㎡당 50만원)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문화재청으로부터 불법건축물에 대해 규모는 171㎡(25평)까지, 근린시설 허가가 가능하다는 지침이 내려와 다소는 숨통을 틔웠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현상변경 허가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전문가 자문단이 운영되고 있다. 복잡한 행정절차에 자문단이 참여해 자문함으로써 허가절차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이에 대한 사항을 문화재청과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제주성읍마을 3차 종합정비계획(2023~32)에 세계문화유산 잠정등록 등재를 위한 방안을 포함한 용역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유산본부 관계자는 "현재 개인 소유의 초가 보수(철거하나 원형 보전 기본) 신청이 30여건에 이르는데, 연간 문화재청을 통해 이뤄지는 사업 규모는 3~4가구(보수비 가구당 3억~4억원) 수준"이라며 "주민 불편은 있으나, 민속마을인 만큼 성곽이나 초가 등을 원형 보전하자는 의견을 내는 주민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철홍 성읍1리장 인터뷰 "유적보다 전통지키며 사는 주민 삶 더 중요"

"성읍민속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직접 거주하는 민속마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백년 전에 지어진 낡고, 좁고, 불편한 집에서 살기는 너무 가혹한 현실입니다. 문화재보호구역을 재조정하고, 증·개축 절차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현상변경 허가절차 권한을 기존 문화재청에서 제주도로 이관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3일 성읍민속마을에서 만난 김철홍 성읍1리장의 단호한 말이다.

그는 "성읍민속마을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사유 재산인 자신의 집은 고사하고 간단하게 휴게음식점을 하려해도 증·개축(현재 15~17평 규모에서 25평 정도로 확장)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문화재보호법이 너무 강해 매년 초가 3~4동이 나오며 빈집이 늘고 있고, 심지어는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또한 "주민들의 주거환경 악화로 폐가가 점점 늘어나는데, 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최소한의 정주여건은 개선돼야 한다"며 "사람이 사는 민속마을로서의 존속을 위해서는 현재 문화재청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변경 허가 권한을 제주도로 이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성읍마을을 직접 찾아와 집집마다 돌면서 주민 불편 사항 등을 경청했다"며 "그후 규제 완화에 대한 유연성을 갖고 (불법건축물 정비 매뉴얼)지침을 보내며 적극 협조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제주유산본부에는 행정 성격상 너무 많은 업무가 집중돼 있고, 보직이 너무 자주 바뀌면서 전문성·연속성이 떨어지고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해도 시행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성읍민속마을 관리 주체를 서귀포시로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유산본부가 한라산, 세계자연유산, 지질공원 등의 사업을 문화재청에 요청하는데 성읍민속마을에 대한 요구는 그만큼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만 믿고 지금껏 30년간 따라왔는데 폐가만 늘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토박이인 그의 마을에 대한 애착은 부족함이 없다. "제주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읍마을 자체는 보물이다. 그러나 행정의 무관심 속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마을의 고유성과 주민이 제대로 살 수 있는 '공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사람이 사는 민속마을로서 유적도 중요하지만 그 중심인 마을과 전통을 지키며 사는 주민들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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