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 제주-공공건축가에게 듣는다 (2)전농로 '사람 중심 도로'
입력 : 2025. 10. 14(화) 16:03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제주 대표 벚꽃길, 걷고 머물며 소통하는 거리로
내년 말까지 통행 중심 도로를 일상 속 쉼 공간 전환
체류 중심 설계· 보행로 단차 제거· 야간 경관 디자인
"물리적 거리 압축보다 생활 연속성·공간 연결성 중요"
전농로 벚꽃길. 제주를 대표하는 벚꽃 거리로 2026년 말까지 '사람 중심 도로'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
[한라일보]
오정헌 공공건축가
제주도는 '15분 도시' 정책으로 제주시 전농로 일원에서 '사람 중심 도로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60억원을 투입해 2026년 말까지 1.07km 구간의 도로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정비가 아니라 도로를 하나의 생활 공간이자 걷고 머물며 소통하는 사람을 위한 길로 만들어가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왜 전농로인가. 기획에 참여한 오정헌 공공건축가는 "전농로는 제주의 대표적인 벚꽃길로 오랜 세월 시민들의 일상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거리"라며 "교통량 증가와 상권 이동으로 보행 환경이 악화되고 도심의 활력도 점차 쇠퇴해온 현실에서 '사람 중심 도로'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상징적인 장소"라고 했다.

그는 "전농로가 제주시 원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도심과 주거지, 학교, 공원, 시장을 잇는 생활권의 경계이자 연결축 역할을 하고 있다"며 "높은 인지성과 풍부한 장소성을 지닌 이 거리를 자동차의 길이 아닌 시민의 길로 재구성함으로써 보행 중심 문화를 확산하고 원도심의 일상성을 회복하는 도시 재생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농로는 지난해 5월 '15분 도시 제주 시범 지구 기본계획'이 수립돼 같은 해 7월 삼도1·2동, 일도1동, 이도1동 대상 주민 경청회가 진행됐다. 올 들어선 공공건축가 기획 제안, UTA(미국 알링턴 텍사스 주립대) 학생 아이디어 제안 등을 통해 '사람 중심 도로' 조성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했다. 5월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이어 6월에는 착수 보고회와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8월엔 전문가 5명, 삼도1·2동 주민 15명으로 주민참여단을 꾸려 전문가 회의(9월), 전체 회의(10월)를 차례로 개최했다.

전농로 '사람 중심 도로' 조성 사업 적용 이미지.
오정헌 공공건축가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는 기존 도로의 교통 흐름, 주차, 보행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조사·분석하고 공공건축가 기획, UTA 학생 제안, 주민참여단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행 중심의 도로에서 벤치, 쉼터 등 조성을 통한 체류 중심 생활 공간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은 일상 속에서 머무르고 쉴 수 있는 '쉼의 거리', 정온화(traffic calming) 기법 적용을 통한 차량 속도 저감, 보행 연속성을 위한 단차 제거와 보행자 우선 설계, 계절별 식재 등 사철 볼거리가 있는 거리, 조명·안전 디자인 등 야간 경관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을 목표로 뒀다.

다만 도로 폭의 추가 확장 없이 사업이 계획되면서 차로의 폭을 줄이거나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는 등의 방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차량 통행의 일부 불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역민들의 수용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정헌 공공건축가는 '15분 도시 제주' 정책에 바라는 점도 덧붙였다. '15분 도시 제주'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물리적 거리의 압축보다 생활의 연속성과 공간의 연결성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는 그는 "건축과 도시는 단순히 효율을 위한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삶의 공간이어야 한다. 협력과 참여, 그리고 공감의 가치를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제주는 진정한 사람 중심의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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