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새 삶 찾아 제주행 예혁 씨 [제주愛]
입력 : 2025. 10. 15(수) 03: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2025 제주愛빠지다 / 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 (14)환경을 노래하는 예혁 씨
"반가운 노래와 해설 들려드릴게요"
"음악·환경교육 활동 잘하기 위해" 2021년 제주행
환경문제 주제 노래 ‘초록해요’ 고교 교과서에 실려
환경보전 여행프로그램 운영… 제주 자연·문화 해설
제주에서 싱어송라이터이자 환경교육사로 활동하고 있는 예혁씨.
[한라일보] 조금 늦은 출발이지만 '음악'을 하고 싶었다. 고향 통영에서 서울로 가 환경·언론 활동가로 지내며 스무해 정도 살던 40대 예혁(본명 김영동)씨는 음악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제주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더불어 그에겐 제주살이를 하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환경교육 활동'을 잘하기 위해서였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이 아름답지 못한 세계의 현실에 눈 감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왔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천을 하고 싶었고 환경문제가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과제라고 판단했어요. 제주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환경교과서이기 때문에 제주 전체를 교과서 삼아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싶어 제주에 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소지가 제주가 아닌 상태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제주의 공공기관이나 환경단체 등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다 국가환경교육센터의 환경교육사 인턴십 과정을 알게됐고 2021년에 참여해 환경교육사 자격을 이수했다. 근무지가 제주의 환경교육기관인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로 정해지면서 그해 7월부터 제주살이가 시작됐다.

제주시 화북에 정착한 그는 제주살이 적응을 위해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다고 했다. 이주 초창기에는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의 '이주민을 위한 제주어 강좌'를 들어 열두 차례 수업 동안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배웠고, 세계유산축전의 마을 프로그램과 사진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했다. 또 제주도청 누리집에서 신규 도민을 위한 정착 안내 정보들을 많이 찾아 읽었고 지역신문 기사를 자주보면서 제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갔다고 했다.

제주살이 5년차에 접어든 그는 현재 싱어송라이터와 환경교육사를 하며 지내고 있다.

'작곡을 혼자 공부해 어설픈 노래 몇 곡을 막 발표하기 시작한 신인 뮤지션'이라고 소개한 그이지만 처음 제주에 왔던 해에 환경문제를 주제로 작사·작곡한 노래인 '초록해요'는 올해 새로 발행된 고등학교 음악교과서(박영사)에 실리기도 했다. 이밖에 제주를 소재로 한 노래 '제주에 살고 싶어요', 매일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지나면서 만든 제주4·3을 기억하는 노래 '봄꽃으로 오라' 등 곡들을 발표해왔다. "제주는 저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곳이에요. 오름이 음표처럼 몽글몽글하고 곶자왈의 고요가 진중한 노랫말처럼 들렸어요.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지내고 있어요."

또 '초록길벗'이라는 이름의 환경여행단체를 만들어 환경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열어 제주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해설하고 있다.

제주에 이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제주를 해설한다는 것에 물음표를 가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그 스스로도 주저했다. 그러다 석주명 선생의 삶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석주명 선생은 2년 정도 제주에 거주했지만 그가 남긴 제주의 언어, 사회상 등에 관한 6권의 책이 제주학의 근간이 됐어요.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보다 얼마나 깊이 들여다 보았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행보에 용기를 얻어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해설하고 있어요." 그는 깊이 있는 해설을 위해 자연환경해설사 자격을 이수했고 현재 제주대 자연·문화유산교육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제주에서 어떤 삶을 꿈꾸는 지를 묻는 질문에 '남방큰돌고래처럼 살고 싶다'는 그는 "나타나면 반가운 존재가 되는 거지요. 반가운 노래를 만들고 반가운 해설을 들려드리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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