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아의 문연路에서]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 2025. 12. 02(화) 02: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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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극단적 선택 많아

학생 건강은 제주 미래
Wee 센터 지원 부족해
[한라일보] 얼마 전 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실하기로 소문난 동네 상인이 며칠째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찾아가 보니 그는 조용히 말했다. "요즘 너무 버겁습니다. 어디에 말하기도 어렵네요."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컸다. 그 고백은 지금 제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음의 위기 속에서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혼자 버티는 도민들이 적지 않다.
2024년 제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6.3명, 전국 1위다. 한 해 동안 243명의 도민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안의 삶이 모두 평온한 것은 아니다. 이 비극적 수치는 제주가 마음 건강의 위기를 구조적으로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자살시도는 2022년 7명에서 2025년 10월 기준 54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선다. 청소년의 위기는 우울, 학업 부담, 관계 갈등 등 일상적 어려움 속에서 조용히 쌓이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사실은 "살려달라"는 신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제주에서 이런 위기가 반복되는가. 제주는 아름답지만 고립되기 쉬운 섬이다. 읍·면 지역 고령층은 의료 접근성과 대화 상대가 부족하고, 중장년층은 생계 부담과 불안정한 일자리 속에서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기관과 인력은 충분하지 않으며, 상담이나 치료 자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따라서 제주에는 더 촘촘한 정신건강 안전망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할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마음건강 통합지원 조례'를 전면 개정해 학생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정비했다. 이 조례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학교·가정·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올해 제주교육은 병원형 Wee센터 '해봄'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즉각적인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요한 진전이지만, 수요에 비해 예산 및 인력 투입은 여전히 부족하며, 이에 따라 추수 지도와 사후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 해결책을 넘어 제주 교육의 미래를 위한 핵심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일부이며, 그에 대한 지원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제주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하려면 현실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 '살고 싶은 제주'는 자연의 아름다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도민의 마음이 지켜져야 한다.
오늘 제주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누구나 편히 답할 수 있는 공동체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제주다.
<이승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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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 센터 지원 부족해
[한라일보] 얼마 전 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실하기로 소문난 동네 상인이 며칠째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찾아가 보니 그는 조용히 말했다. "요즘 너무 버겁습니다. 어디에 말하기도 어렵네요."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컸다. 그 고백은 지금 제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음의 위기 속에서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혼자 버티는 도민들이 적지 않다.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자살시도는 2022년 7명에서 2025년 10월 기준 54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선다. 청소년의 위기는 우울, 학업 부담, 관계 갈등 등 일상적 어려움 속에서 조용히 쌓이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사실은 "살려달라"는 신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제주에서 이런 위기가 반복되는가. 제주는 아름답지만 고립되기 쉬운 섬이다. 읍·면 지역 고령층은 의료 접근성과 대화 상대가 부족하고, 중장년층은 생계 부담과 불안정한 일자리 속에서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기관과 인력은 충분하지 않으며, 상담이나 치료 자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따라서 제주에는 더 촘촘한 정신건강 안전망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할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마음건강 통합지원 조례'를 전면 개정해 학생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정비했다. 이 조례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학교·가정·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올해 제주교육은 병원형 Wee센터 '해봄'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즉각적인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요한 진전이지만, 수요에 비해 예산 및 인력 투입은 여전히 부족하며, 이에 따라 추수 지도와 사후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 해결책을 넘어 제주 교육의 미래를 위한 핵심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일부이며, 그에 대한 지원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제주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하려면 현실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 '살고 싶은 제주'는 자연의 아름다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도민의 마음이 지켜져야 한다.
오늘 제주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누구나 편히 답할 수 있는 공동체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제주다.
<이승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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