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문화광장] 제주의 봄, 문화로 먼저 깨어난다
입력 : 2026. 03. 24(화) 01:00
김미란 hl@ihalla.com
[한라일보] 제주의 봄을 떠올리면 많은 이들은 유채꽃과 푸른 바다, 그리고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풍경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제주의 진정한 봄은 화려한 관광보다 한 발 앞서 문화예술의 숨결과 함께 시작된다. 공연장에는 새로운 작품이 오르고, 거리에는 작은 공연이 펼쳐지며, 골목과 광장에는 사람들이 머물 이유가 생긴다. 자연이 계절의 문을 연다면, 도시의 봄은 결국 문화가 연다.

올해 제주의 봄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제주국제관악제 봄 시즌은 전석 무료 공연으로 예술의 문턱을 낮추며, 수준 높은 음악을 시민의 일상 가까이로 끌어온다. 이는 단순히 관람객 수로 환산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공기를 예술적 선율로 채우는 '공공재로서의 예술'을 상징한다.

서귀포시의 거리공연가(버스커) 모집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거리예술을 도시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키워 가려는 시도다. 여기에 공공미술 해설 프로그램과 생활문화예술 축제는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걷고 보고 대화하며 도시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들은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형식의 행사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제주의 봄은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는 '관광의 계절'이기 이전에,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보고 듣고 걷는 '문화의 계절'이라는 점이다.

문화예술이 봄을 연다는 말은 단순히 행사가 많아진다는 뜻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가 시민의 일상 리듬과 도시를 바라보는 감각을 바꾼다는 사실이다. 무심히 지나던 광장이 공연장이 되고, 익숙한 골목이 이야기를 품은 예술의 길로 바뀌는 순간, 도시는 배경이 아니라 경험의 장소가 된다. 사람들은 관람객을 넘어 문화의 주체가 되고, 관광객 또한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의 분위기를 함께 호흡하는 존재가 된다.

제주의 문화예술은 자연경관에 기대는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삶의 깊이를 지닌 문화도시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좋은 공연 한 편, 품격 있는 거리예술, 해설이 있는 공공미술은 거창한 개발보다 더 섬세하게 도시의 인상을 바꾼다. 도시의 자부심은 화려한 수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좋은 예술을 만나고 이웃과 함께 누리는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자란다.

결국 제주의 봄 문화는 관광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돼야 한다. 문화가 관광의 장식이 아니라, 관광이 제주의 독창적인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찾아오는 구조가 돼야 한다. 관광이 제주를 알리는 창이라면, 문화는 제주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결이다. 올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느냐가 아니라, 제주가 어떤 문화적 숨결로 깨어나느냐다. 제주의 봄은 관광보다 먼저 문화로 시작될 때 가장 제주다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김미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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