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제주 원도심 걸으며 만나는 시장·역사·책·골목의 시간
입력 : 2026. 08. 28(금) 03:00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동문시장부터 관덕정·김영수도서관·고씨주택까지
도시재생 스탬프투어로 즐기는 색다른 ‘골목 여행’
뚜벅뚜벅 걷다 보면 제주만의 이야기 만날 수 있어


[한라일보] 맹렬했던 여름도 어느덧 끝자락을 향하고 있다. 무더위도 서서히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는 만큼, 주말이나 여유가 생길 때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제주 원도심 골목길을 걸어보자.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 곳곳에 켜켜이 쌓인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은 원도심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정겨운 시장과 식당에서는 제주만의 먹거리를 만날 수 있고, 골목 안에는 책을 읽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과 개성 넘치는 문화공간도 자리하고 있다. 익숙한 듯 낯선 원도심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분주한 일상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제주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전국 곳곳의 도시재생 공간과 지역 명소를 연계한 스탬프투어도 이달부터 가을까지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8일부터 오는 11월 15일까지 '2026 도시재생 스탬프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13개 지역, 52곳의 인증장소에서 진행되는데, 제주에서는 제주시 원도심의 동문시장과 관덕정, 김영수도서관, 고씨주택 등 4곳이 여기에 포함됐다.

동문시장. 제주도 관광 정보 포털 '비짓제주' 제공
지난해에 이어 진행되는 이번 투어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되거나 새롭게 단장한 전통시장과 골목, 카페 등을 비롯해 지역의 관광 명소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도시재생 공간을 직접 둘러보며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기획됐다.

스탬프투어는 '스탬프투어' 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앱 설치 후 인증 장소에 도착하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스탬프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다. 전체 인증장소 52곳 가운데 4곳을 방문하면 1단계를 달성하게 된다. 추첨을 통해 매월 500명씩 모두 1500명에게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3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이어 2단계(8곳)를 달성하면 450명에게 5만원, 3단계(12곳)를 달성하면 200명에게 7만원, 4단계(20곳)를 달성하면 100명에게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32곳을 달성한 5단계 참여자 중 1명에게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증정한다. 다만 중복 당첨은 불가하다.

제주 스탬프투어는 상설 재래시장인 동문시장을 원도심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다. 제주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깊은 시장으로, 연중 도민과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수산물과 농산물, 건어물은 물론 제주 특산품과 기념품, 다양한 먹거리가 골목마다 가득하다.

낮에는 장을 보는 도민과 여행객의 발길이 어우러지고, 저녁에는 야시장이 열리면서 또 다른 활기를 띤다. 오메기떡과 감귤, 흑돼지를 활용한 먹거리까지 제주다운 맛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동문시장의 매력이다.

동문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제주를 대표하는 역사 공간인 관덕정이 자리한다. 관덕정은 조선 세종 때인 1448년 제주목사 신숙청이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세운 곳으로, 제주에 현존하는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국가지정 보물로 지정돼 있다.

관덕정. 제주도 관광 정보 포털 '비짓제주' 제공
오랜 세월 제주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관덕정은 군사들의 활쏘기와 과거시험, 각종 행사가 열렸던 장소이자 제주 역사의 굵직한 장면들을 지켜본 역사적 공간이다. 현재는 도민은 물론 내국인과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관덕정 가까이에 있는 김영수도서관은 제주북초등학교 안에 자리한 마을도서관이다. 제주북초등학교 20회 졸업생인 고 김영수 씨가 1968년 후배들을 위해 도서관을 기증했고, 2019년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단장해 마을도서관으로 주민들에게 문을 열었다.

김영수도서관. 제주도 관광 정보 포털 '비짓제주' 제공
고씨주택. 제주도 관광 정보 포털 '비짓제주' 제공
수업 중인 낮 시간에는 제주북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학교도서관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주말에는 마을도서관으로 개방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옥을 떠올리게 하는 아늑한 공간과 특히 2층의 '목관아가 보이는 책뜰'에서는 제주목 관아를 바라보며 책을 읽고 잠시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산지천 변에 자리 잡은 고씨주택은 1949년에 지어진 근대가옥이다. 고용준이 지은 건축물로, 기술적으로는 일본식 건축을 참고했지만 공간 배치와 구성 등 기능적인 면에서는 제주 민가의 전통을 계승한 과도기적 건축물이다.

10여 년 전 원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보존 노력으로 살아남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안채와 바깥채가 마주 보는 제주 전통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고씨주택의 안채는 주민들의 모임과 문화활동이 이뤄지는 '제주사랑방'으로, 바깥채는 '제주책방'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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