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머나먼 땅에서 날아온 승전보
입력 : 2012. 05. 29(화) 00:00
기원전 490년 아테네 북동쪽의 마라톤 광야에서 열린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그리스군은 10배가 넘는 병력의 페르시아군을 완벽하게 물리쳤다. 그리스군의 병사 휘디피데스는 이 기분 좋은 승전보를 아테네 시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약 40㎞를 달려 전달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마라톤의 기원으로 알려진 '마라톤 전쟁' 일화다.

지난 27일 우리에게도 기분 좋은 승전보가 날아왔다.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이 8년 만에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에 앞서 23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2 런던올림픽 예선 4차전 완승은 '올림픽 진출' 못지 않게 기분 좋은 승전보였다. 그것도 그들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날아온 통쾌한 소식이었다.

일본 TBS가 방송한 이번 한일전의 시청률은 무려 17%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약 40%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한다. 동시간대에 일본 남자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기록한 수치로 일본의 배구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느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했을까? 10%? 5%? 모두 아니다. 수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배구협회에 따르면 국내 방송사는 중계권료와 동시간대에 열리는 야구 중계 등을 이유로 여자 배구 올림픽 예선전 중계를 꺼렸다. 결국 이날의 승리는 말 그대로 승전보만 날아왔을뿐 국내방송을 통해 직접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지난 26일을 시작으로 29일까지 경기도 일원에서 계속되는 제41회 전국소년체전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열리는 전국 규모의 학생체육대회 중 가장 큰 대회인 동시에 미래 올림픽의 주역이 될 선수들의 열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를 TV로 볼 방법은 없다. 간혹 날아오는 '메달 획득'의 승전보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번 소년체전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비인기종목에서 늘상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관심과 응원뿐이다. 자본의 논리로 무관심을 키우는 현실 속에서 선수들에게 자그마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문기혁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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