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현의 편집국 25시] 이성과 감성 사이
입력 : 2025. 11. 06(목) 02:00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한라일보] "가뜩이나 힘든 사회생활, 성향과 맞지 않는 일은 더 힘들어요."

사회초년생 시절, 한 선배가 내게 건넸던 말이다. 그때는 흔한 위로쯤으로 들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을 수없이 되새기곤 했다.

내향적인 성격에 변화를 두려워하던 내가 택한 직업은 '기자'였다. 매일 낯선 사람을 만나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감정이 앞서고 공감이 많은 나로서는 냉정함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이 일과 자주 부딪혔다.

기사 한 줄을 쓰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내가 쓴 글로 누군가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내가 쓰는 관점이 과연 옳은 걸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럴 때면 그 선배의 말이 떠올랐고, '나는 이 일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그렇게 직업에 대한 고민만 깊어갈 즈음, 한 동료의 말이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감정이 깊으면 그만큼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을 수 있잖아요." 흘러가듯 들은 그 한마디는, 내가 느껴온 '부딪힘'이 꼭 단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 뒤로는 있는 그대로의 성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터뷰 대상자의 사연에 공감하며, 그 진심을 글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도 나는 이 일과 완벽히 맞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색한 간극 속에서 조금씩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이성과 감성을 모두 적절하게 가진 사람, 어쩌면 그것이 생각한 기자의 모습이 아닐까. <김채현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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