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용기있는 사람
입력 : 2013. 12. 04(수) 00:00
예상했던 대로 속전속결이었다.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던 날, 그를 임명한 우근민 지사는 불과 10시간여 만에 직위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면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한 전 시장의 충격적인 발언에 대한 그의 발빠른 대응이다. 악재(惡材)를 직위해제로 정리한 뒤 지난 2일 오전 열린 정례직원조회에서는 "송구스럽다"며 넘어갔다. 이날 오후에는 도청 기자실을 찾아 '내면적 거래' 발언에 대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결코 안되는 일"이라며 "그런 말을 왜 했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전 시장도 다음날 기자회견을 갖고 "어떠한 거래도, 의견을 나눈 적도 없다"며 우 지사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일파만파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우 지사를 매수 혐의로, 한 전 시장은 사전선거운동 및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도선거관리위원회는 한 전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민주당 소속의 박희수 도의회 의장은 우 지사를 향해 진실을 밝히지 않을 경우 도지사 불신임 결의안 또는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면서 "제주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정말 용기있는 분들이 필요한 시대"라고 덧붙였다. 중앙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 중앙당은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검찰수사와 함께 우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갑(우 지사)·을(한 전 시장)계약 당사자 간의 직위해제 조치는 그들만의 몸통지키기,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제주정가는 한 전 시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시끄럽고 우 지사는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궁금하다.

우 지사의 정치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악재로 작용할 것 같았던 '골프 논란'도 사뿐히 즈려 밟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박근혜 정부와 함께 하겠다"며 집권여당에 안착했다. 새누리당 입당은 사실상 내년 도지사 출마 선언이다. 새누리당은 그의 여섯 번째 당적이다. 그리고 관선 2선을 포함해 여섯 번째 도지사에 도전하고 있다. 두번 도지사를 하고 다시 출마를 선언한 신구범 전 지사는 우 지사가 새누리당에 입당하자 '잘못된 정치 관행의 희생자'라고 표현하면서도 "3자(김태환·신구범·우근민) 동반 퇴진론은 이젠 꺼진 불이 됐다"고 말했다.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으로 김태환 전 지사의 '3김 공동 불출마 선언' 제안은 무산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먼저 치고 나간' 김 전 지사는 요즘 조용하다. 주변에서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라 여론을 예의주시하다 '이때다 싶을 때' 히든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도지사 2선이다.

박 의장이 던진 말 '용기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를 곱씹어 본다. 제주사회를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전·현직 지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제주사회를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몰아가지 말고 할만큼 했으니 능력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물러나는 아름다운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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