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한동주의 역설과 우근민의 과욕
입력 : 2013. 12. 11(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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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민족의 경전인 '탈무드'에는 입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온다. 랍비가 어느날 하인에게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혀를 사왔다. 며칠 후 랍비는 다시 그 하인에게 오늘은 좀 싼 것을 사오라고 했다. 이번에도 하인이 사온 것은 혀였다. 그러자 랍비가 물었다. "맛있는 것도 혀, 싼 것도 혀를 사오니 어떻게 된 것이냐." 그 하인은 대답했다.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나쁘면 그보다 더 나쁜 것이 없기 때문이죠."
새삼 '혀의 위력'을 일깨운다. 말이 갖는 힘이다. 혀의 길이는 세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혀를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그 폭발력은 엄청나다. 혀를 잘 놀리면 한마디 말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혀를 잘못 놀렸다가 화를 입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단순한 말 실수로 인해 상당한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심지어는 한평생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요즘 제주섬이 세치 혀 때문에 난리다.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 전 시장은 고교 동문 모임에서 충격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한 전 시장이 우근민 지사에 대한 지지를 노골적으로 유도한 사실이 들통난 것. 그는 "내(우근민)가 당선되면 네(한동주)가 서귀포시장을 더 하라고 지사가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털어놨다.
한 전 시장의 말은 '부적절한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한 전 시장의 발언에 화들짝 놀랄 일만은 아니다. 민선5기 우 도정의 논공행상식 인사를 보면 한 전 시장의 발언은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일 것도 없다. 한번 되돌아보라. 우 도정이 들어서자마자 제주도 산하 기관장이 완전히 물갈이 됐다. 임기가 많이 남은 기관장들은 감사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다 쫓아냈다. 그 빈자리에는 어김없이 선거 때 거들어준 공신들로 앉혔다.
제주도 본청 고위직 자리는 어떤가. 사실상 거의 측근으로 채웠다. 일의 효율을 위해 측근을 전진배치하는 것은 이해한다. 문제는 '전임지사의 사람들'이란 이유로 인사에서 철저히 배척했다. 아직도 '유배길'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위 공무원이 여럿이 된다. 그러고보면 한 전 시장이 밝힌 '거래설'은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던 '잘못된 관행'를 까발린 셈이다.
어쨌든 한 전 시장 입장에서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내심 욕심낼만 하다. 우 도정 때 낙점받은 행정시장은 최소 1년 6개월씩은 누렸다. 이에 반해 한 전 시장은 내년 6월까지 임기라면 10개월짜리 시장으로 끝난다. 그래서 야전 지휘관을 맡으면서 나왔던 '거래설'을 자연스레 실토한 게 아닐까 싶다. 우 지사도 또 된다면 한 전시장의 '공로'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일 게다.
이제 물은 엎질러졌다. 한 전 시장의 발언이 왜 이토록 파문이 컸겠는가. 그것은 우 지사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 지사가 지난 선거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약속한 것처럼 마음을 비웠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런 불미스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실제 한 전시장의 돌출발언으로 그 화살은 온통 우 지사에게 쏠리고 있잖은가. 그렇다면 화근의 장본인인 우 지사가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 그 해법은 우 지사의 '통큰 결단'에 달렸다고 본다. <김병준 편집부국장>
요즘 제주섬이 세치 혀 때문에 난리다.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최근 한 전 시장은 고교 동문 모임에서 충격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한 전 시장이 우근민 지사에 대한 지지를 노골적으로 유도한 사실이 들통난 것. 그는 "내(우근민)가 당선되면 네(한동주)가 서귀포시장을 더 하라고 지사가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털어놨다.
한 전 시장의 말은 '부적절한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한 전 시장의 발언에 화들짝 놀랄 일만은 아니다. 민선5기 우 도정의 논공행상식 인사를 보면 한 전 시장의 발언은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일 것도 없다. 한번 되돌아보라. 우 도정이 들어서자마자 제주도 산하 기관장이 완전히 물갈이 됐다. 임기가 많이 남은 기관장들은 감사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다 쫓아냈다. 그 빈자리에는 어김없이 선거 때 거들어준 공신들로 앉혔다.
제주도 본청 고위직 자리는 어떤가. 사실상 거의 측근으로 채웠다. 일의 효율을 위해 측근을 전진배치하는 것은 이해한다. 문제는 '전임지사의 사람들'이란 이유로 인사에서 철저히 배척했다. 아직도 '유배길'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위 공무원이 여럿이 된다. 그러고보면 한 전 시장이 밝힌 '거래설'은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던 '잘못된 관행'를 까발린 셈이다.
어쨌든 한 전 시장 입장에서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내심 욕심낼만 하다. 우 도정 때 낙점받은 행정시장은 최소 1년 6개월씩은 누렸다. 이에 반해 한 전 시장은 내년 6월까지 임기라면 10개월짜리 시장으로 끝난다. 그래서 야전 지휘관을 맡으면서 나왔던 '거래설'을 자연스레 실토한 게 아닐까 싶다. 우 지사도 또 된다면 한 전시장의 '공로'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일 게다.
이제 물은 엎질러졌다. 한 전 시장의 발언이 왜 이토록 파문이 컸겠는가. 그것은 우 지사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 지사가 지난 선거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약속한 것처럼 마음을 비웠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런 불미스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실제 한 전시장의 돌출발언으로 그 화살은 온통 우 지사에게 쏠리고 있잖은가. 그렇다면 화근의 장본인인 우 지사가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 그 해법은 우 지사의 '통큰 결단'에 달렸다고 본다. <김병준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