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66년의 기다림, 그리고 용서
입력 : 2014. 04. 02(수) 00:00
"66년만의 기다림, 이념적 갈등과 반목을 종식시키고 빛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출발선에서 제주4·3평화재단은 도민과 유족들의 소망을 적극 반영하여 차질 없는 행사 진행의 준비를 마쳤다. 이제 제주도민의 평화정신을 바탕으로 4·3역사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자 한다."

제66주기 4·3희생자 추념식을 준비하고 있는 제주4·3평화재단이 피력한 의지의 한 단면이다. 재단만의 의지가 아니다. 제주도민들의 뜻이기도 하다.

2014년은 4·3의 역사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해로 기록되게 됐다. '폭동' '반란' 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정사(正史)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반도 해방공간에서부터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희생자를 국가가 추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희생이 빚어진 비극적 사건이 지역을 뛰어넘고, 이념대립과 진영의 논리를 벗어나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그 시작점이 바로 내일(3일) 치러지는 제66주기 4·3 희생자 추념일이다.

그러나 올해도 반쪽 행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추념일이 지정되면서 박 대통령이 추념식 참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가 컸었다. 4·3희생자 유족회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까지 한 목소리로 요청한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물거품으로 끝나기 직전에 놓였다. 여러 정황상 사실상 추념식 참석은 물건너 간 셈이다.

이제 제주도민들은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할 것이다.

오히려 평화의 섬 제주와 제주도민들은 박 대통령과 4·3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세력을 용서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본다. 오고 싶지 않은 이들을 억지로 끌어당기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지금부터는 관용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60년 넘게 인고의 세월을 보내지 않았던가. 관용의 미덕을 베풀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본다. 차라리 그게 편할 수도 있다. 용서할 사람도, 용서 받을 사람도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다만 역사를 왜곡시키려는 무리의 움직임이 불편할 따름이다.

제66주기 4·3희생자 추념식은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4·3 역사바로세우기에 한발 더 다가선 의미있는 날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고 싶다. 역사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듯이 역사 흔들기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여부는 집안의 기일에 누가 왔느니, 안왔느니 하는 문제로 치부하고 싶다. 역사가 바로 서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것을 지켜내야 하는게 우리의 사명이다.

따스한 기운을 품은 벚꽃이 만개하면서 제주의 대지위에 꽃비를 내리고 있다. 60여년전 많은 이들이 흘렸던 피가 꽃비로 변해 내리고 있다. 화사한 벚꽃은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마다 4·3희생자 추념일에 이어 곧바로 벚꽃축제가 이어진다. 슬픔과 기쁨이 연속되는 미묘한 시점이다. 올해부터는 기쁨이 더할 듯 싶다. 그래서 올해 벚꽃은 예년보다 일찍 피기 시작한 것 같다. <조상윤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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