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제주의 관문 공항이 달라져야 한다
입력 : 2014. 08. 11(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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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섬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온 적이 있다. 발리에서의 여정은 덴파사르 공항에서부터 유쾌하게 시작됐다. 공항시설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를 넘겨 대합실로 들어선 우리 일행에게 현지인들이 다가와 프란지파니꽃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는 게 아닌가. 섬의 관문인 공항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받은 꽃목걸이는 제대로 손님대접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그만이었다.
발리 공항에서의 추억을 들춰낸 건 열흘 전 태풍으로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면서 난리법석이 난 제주국제공항의 풍경 때문이다. 400여편의 항공기 결항으로 발묶인 3만여명의 관광객 중 3000명 정도가 제주공항 대합실 바닥에서 신문지, 돗자리를 깔고 밤을 보냈다.
예정에 없이 제주에 더 머물게 된 이들은 언제쯤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리란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다음날 오전 일찍 시작되는 대기항공권을 먼저 받기 위해 노숙을 선택했다. 피서 절정기 주말이라 항공기 대규모 결항에 따른 혼잡이 극에 달할 거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지만 틈만 나면 '연간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강조하는 제주도나 공항공사, 항공사의 서비스는 '국제관광지'나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을 내걸기엔 낙제점이었다.
언제까지 기상악화로 제주 하늘길이 닫힐 때마다 "날씨 때문인데 어쩌란 말이냐"만 되풀이하고 있을 것인가. 승객들은 악기상 속에서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항을 탓하는 게 아니라 이용객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어주려는 최소한의 노력과 서비스를 바라는 것이다.
기상악화 때마다 발생하는 항공기 무더기 결항에 따른 공항 대기승객들의 불편 해소책 마련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어느해 겨울 폭설로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모두 멈춰섰을 때 당시 공항을 출입하고 있던 기자는 도청 관광부서 간부공무원에게 "공항에서 밤을 보내는 이용객들에게 제주감귤과 삼다수를 나눠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대기승객들의 불편과 무질서가 안타까웠고, 제주를 찾은 손님에게 그 정도의 배려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제주도와 유관기관간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없어 제주도는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제주 출발 항공기의 30% 이상이 운항 중단됐을 때 제주항공관리사무소, 항공사, 한국공항공사, 제주도가 비상경보체계를 운영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합실에 식수대를 추가 설치하고 음료수 제공, 숙박시설을 안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도백이나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사라지는 정책이 여럿이고, 당시 발표했던 항공기 결항시 관광객 지원대책도 얼마 못가 자취를 감췄다.
제주기점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을 때 언론들은 곧잘 '제주섬이 고립됐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여행차 혹은 업무차 제주를 방문중인 가족이나 지인이 천재지변으로 제주섬에 고립됐어도 배려넘치는 섬에서 잘 지내리라 안심하는 관광1번지 제주 만들기에 행정과 공항공사, 항공사, 여행업계의 공동 노력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된다. 하루평균 공항이용객이 7만명 안팎에 이를만큼 제주관광이 호황이라고 떠들어댈 게 아니라 이 숫자에 걸맞게 위기상황에서의 대응매뉴얼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느냐를 뒤돌아볼 때다. <문미숙 편집부장>
예정에 없이 제주에 더 머물게 된 이들은 언제쯤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리란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다음날 오전 일찍 시작되는 대기항공권을 먼저 받기 위해 노숙을 선택했다. 피서 절정기 주말이라 항공기 대규모 결항에 따른 혼잡이 극에 달할 거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지만 틈만 나면 '연간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강조하는 제주도나 공항공사, 항공사의 서비스는 '국제관광지'나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을 내걸기엔 낙제점이었다.
언제까지 기상악화로 제주 하늘길이 닫힐 때마다 "날씨 때문인데 어쩌란 말이냐"만 되풀이하고 있을 것인가. 승객들은 악기상 속에서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항을 탓하는 게 아니라 이용객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어주려는 최소한의 노력과 서비스를 바라는 것이다.
기상악화 때마다 발생하는 항공기 무더기 결항에 따른 공항 대기승객들의 불편 해소책 마련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어느해 겨울 폭설로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모두 멈춰섰을 때 당시 공항을 출입하고 있던 기자는 도청 관광부서 간부공무원에게 "공항에서 밤을 보내는 이용객들에게 제주감귤과 삼다수를 나눠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대기승객들의 불편과 무질서가 안타까웠고, 제주를 찾은 손님에게 그 정도의 배려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제주도와 유관기관간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없어 제주도는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제주 출발 항공기의 30% 이상이 운항 중단됐을 때 제주항공관리사무소, 항공사, 한국공항공사, 제주도가 비상경보체계를 운영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합실에 식수대를 추가 설치하고 음료수 제공, 숙박시설을 안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도백이나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사라지는 정책이 여럿이고, 당시 발표했던 항공기 결항시 관광객 지원대책도 얼마 못가 자취를 감췄다.
제주기점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을 때 언론들은 곧잘 '제주섬이 고립됐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여행차 혹은 업무차 제주를 방문중인 가족이나 지인이 천재지변으로 제주섬에 고립됐어도 배려넘치는 섬에서 잘 지내리라 안심하는 관광1번지 제주 만들기에 행정과 공항공사, 항공사, 여행업계의 공동 노력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된다. 하루평균 공항이용객이 7만명 안팎에 이를만큼 제주관광이 호황이라고 떠들어댈 게 아니라 이 숫자에 걸맞게 위기상황에서의 대응매뉴얼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느냐를 뒤돌아볼 때다. <문미숙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