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도민 위한 협치(協治)를
입력 : 2014. 08. 18(월) 00:00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도지사에 출마할 생각은 없었다. 올해초부터 나온 새누리당의 제주도지사 차출설과 관련, 그는 2월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출마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 상황이 바뀌더라도 불출마 결정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당시 언론의 제주도지사 후보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후보군 중 누가 나와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모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국회의원 3석 모두를 새정치민주연합에 내준 새누리당은 다급해졌다. 도지사 만큼은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며 전국적인 인물로 인지도가 높은 원희룡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도지사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당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를 택했다. 상황이 바뀌더라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던 그는 여론조사 방식이 결정돼야 출마할 수 있다며 방향을 틀었다. 그러면서 '100% 여론경선 안하면 불출마'로 배수진을 쳤다. 새누리당은 그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는 당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며 도지사 후보가 됐다. 출마선언을 하면서는 "한계에 도전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며 대권 도전의 속내를 드러냈다.

도민들은 그가 잘해줄 것을 기대하며 도지사로 뽑았다. 그는 협치(協治)를 강조한다. 협치정책실도 만들었다. 그런데 그의 협치에 대해 말이 많다. 도의회 김희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조직개편 과정에서 서로간 의견이 상반될 수 있다. 그래서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있는 것이다. 원 지사는 의회에서 이것 빼고 저것을 빼서 못해 먹겠다는 말을 했다"며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진정한 협치를 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협치정책실장은 '옥상 옥' 논란 속에 직급이 3급에서 4급으로 낮아졌다. 행정시장도 '무늬만 공모'라는 지적이 나오더니만 제주시장이 취임 한달 만에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 도정이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당지역 출신 공무원의 임용을 배제시키는 향피제(鄕避制)의 적용이다. 12개 읍면장이 모두 교체됐고 31개 동장 가운데 21개 동장은 새 얼굴이다. 불과 7개월 만에 자리를 옮긴 읍면동장도 있다. 할만할 때 바꿔버린 것이다. 읍면동장, 특히 읍면장에 대한 향피제 적용은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된 줄대기·줄서기 악습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그동안 민선 도지사는 읍면장을 지역출신으로 임명하고 선거에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원 지사 자신이 지역출신 읍면장을 선거에 활용안하면 그만 아닌가.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제주정가 일부에서는 원 도정의 핵심 키워드인 협치는 다분히 중앙정치를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지사 이후를 대비한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도지사는 도정이 먼저다. 도정을 소리없이 잘 이끌어나가면 중앙정치도 주목한다. 그는 도지사 출마선언을 하면서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로 멍들고 지쳐 쓰러진 공직사회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원 도정 출범을 계기로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는 사라져야 한다. 2개월도 채 안됐다. 좀 더 지켜보자. 소리가 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한국현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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