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보증금제 이어 다회용컵 마저 중단… 도민만 혼란
입력 : 2024. 05. 28(화) 17:36수정 : 2024. 05. 30(목) 22:22
박소정기자 cosorong@ihalla.com
민간 차원 시범 사업 '에코제주 프로젝트' 종료
재정 부담 등 한계 부딪히며 3년 만에 중단 결정
우도 제외 50곳 무인반납기 철거… 보증금제 전환
제주도청 카페에 설치됐던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 제주도 제공
[한라일보] 제주에서 다회용컵이 사라진다. 도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던 다회용컵 시범 사업이 멈추게 돼서다. 제주에서 시범 운영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 의무화 철회로 인해 추진 동력을 잃은데다 3년 가까이 진행된 다회용컵 시범 사업마저 중단되면서 혼란은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ㅣ작년 한해 절약한 일회용컵 300만여개

28일 제주특별자치도와 행복커넥트, 스타벅스코리아 등에 따르면 제주에서 진행되는 다회용컵 시범 사업인 '에코제주 프로젝트'가 다음달 3일 마무리된다.

이 프로젝트는 도내 카페에서 고객이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다회용 컵인 '리유저블컵'을 빌려 음료를 구매한 뒤 빈 컵을 무인 반납기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회수한 다회용컵은 전용 세척장에서 7단계 공정을 거쳐 세척한 후 다시 매장으로 돌아온다.

이 프로젝트는 도내 폐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21년 6월 2일 제주도와 환경부, 한국공항공사, 스타벅스, SK텔레콤, CJ대한통운, 행복커넥트 간 협약을 통해 진행돼 왔다.

협약을 통해 SK텔레콤은 우선 같은해 7월 제주공항과 도내 스타벅스 매장 4곳에서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를 설치하고 ICT 기반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인 '해피 해빗' 앱을 통해 컵을 반납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도내 스타벅스 모든 매장(30곳)과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대학교, 공항, 렌터카 영업소 등으로 확대돼 모두 62곳에서 무인 반납기가 운영 중에 있다.

한국재사용순환경제협회의 '다회용기 전환지원 사업 성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제주지역 내 다회용컵 사용량은 371만1461개이고, 반납률은 80%에 이른다.

ㅣ무인반납기 사라지고 텀블러 세척기 도입?

하지만 시범사업은 3년 만에 멈추게 됐다. 다회용컵 공급부터 회수, 세척, 재공급까지 맡아왔던 사회적기업이 재정 부담을 겪는 등 여러 복합적인 한계에 직면하면서 협약 기관들 간 협의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에 따라 도내에서는 사실상 다회용컵인 '리유저블컵'이 사라지게 된다.

현재 도내 다회용컵 무인 반납기를 사용하는 매장 62곳 가운데 절반 가량인 도내 스타벅스 모든 매장을 포함한 50곳에서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가 이미 수거 또는 수거될 예정이거나 일회용컵 보증금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회용컵인 '리유저블컵'.
스타벅스는 다음달 4일부터 제주 매장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고객이 텀블러 등 개인 다회용 컵이 없다면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기존에 사용한 다회용컵을 해당 카페 매장으로 반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환경부, LG전자, 자원순환사회연대와 다회용 컵 사용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제주를 포함한 스타벅스 전 매장에 2026년까지 다회용 컵 세척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나머지 우도 내 카페 매장 12곳에서는 다회용컵 사용이 유지된다. 제주도는 사업비 23억원을 투입해 우도 내에 새로운 다회용기 세척센터를 지난 3월 건립했으며, 우도 내 모든 매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전환해 세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ㅣ보증금제·다회용컵 한계에 커지는 불만

전국 의무화 철회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힘을 잃은데다 다회용컵 사용 확대를 위한 정책마저 중단되면서 도민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회용컵 사용을 실천해 온 도민 김모(38)씨는 "일관성 없는 정책에 한숨만 나온다"며 "다회용컵 도입 당시에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정책을 중단해 버리면 혼란만 가중되고 시민들의 불편은 누가 책임지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텀블러 사용 확대를 내세워 다회용컵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환경부가 일회용품 감량 정책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환경을 내세워 마케팅으로 이미지 제고를 한 기업과 이와 같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의 무능에 우리나라 자원순환 정책은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에코제주 프로젝트는 다회용컵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민간 차원에서 진행된 사업으로, 재정 부담 가중 등으로 불가피하게 사업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에서는 앞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확산에 집중하면서도 다회용컵 사용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함께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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