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재난 현장에 대한 기록… 그 이후의 시간
입력 : 2025. 10. 24(금) 01: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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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이스트호프 『먼지가 가라앉은 뒤』

[한라일보] "재난(disaster)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디스(dis)와 애스트로(astro)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쁜 별들'이라는 뜻이다. 이는 별들이 나쁜 위치에 정렬했을 때 불운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고대인들의 믿음에서 유래했다. 천체가 잘못 배치되면 세상에 혼란이 일어난다. 개인적 층위에서 재난이란 실직이나 실연 혹은 단순히 열쇠를 잃어버린 수준의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 재난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일어난다. 우리 대부분이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실제로 일어나 뉴스에 보도되기 전까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 그게 재난이다."
영국의 재난복구 전문가인 루시 이스트호프는 지난 20여 년 간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을 누벼왔다. 9·11테러, 인도양 지진해일, 런던 7·7테러, 그렌펠타워 화재, 코로나19 팬데믹 등 재난 현장에 달려가 머물며 '재난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최근 발간된 에세이 '먼지가 가라앉은 뒤'에는 그의 경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이러한 재난 현장의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저자가 재난을 분석하며 살아온 건 어릴 때 마주한 참사와 아버지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리버풀에서 자란 그는 열 살때 '힐스버러 축구장 압사 사고'를 겪으며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잃은 지역사회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때 "누군가는 해결을 해야지"라는 아버지의 울분 섞인 한마디가 그의 삶의 지침이 됐고, '우리를 둘러싼 위험과 우리 앞에 다가올 수 있는 위험을 맨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려고 어릴 때부터 노력해 온 그는 재난 현장에 머무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저자는 재난 현장에서 '재난 이후'를 책임졌다. 단순히 현장의 잔해를 치우거나 시신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가족에게 돌아갈 작은 유류품 하나부터 실수 없이 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일, 그리고 또다시 닥칠 재난에 대비해 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슬픔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재난 복구는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전하는 저자는 이같이 말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툭 하고 내뱉은 한마디를 내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지금 시간을 돌려 그 꼬마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네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 알려주고 싶다. 어릴 적의 나에게 계속 나아가라고 이를 것이다. 순간순간을 버티라고 말해줄 것이다. 재난은 어김없이 일어날 것이고 그 때마다 언제나 도우려 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테니까. 고통도 계속 되겠지만 회복도 계속될 테니까." 박다솜 옮김. 창비.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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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재난을 분석하며 살아온 건 어릴 때 마주한 참사와 아버지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리버풀에서 자란 그는 열 살때 '힐스버러 축구장 압사 사고'를 겪으며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잃은 지역사회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때 "누군가는 해결을 해야지"라는 아버지의 울분 섞인 한마디가 그의 삶의 지침이 됐고, '우리를 둘러싼 위험과 우리 앞에 다가올 수 있는 위험을 맨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려고 어릴 때부터 노력해 온 그는 재난 현장에 머무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저자는 재난 현장에서 '재난 이후'를 책임졌다. 단순히 현장의 잔해를 치우거나 시신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가족에게 돌아갈 작은 유류품 하나부터 실수 없이 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일, 그리고 또다시 닥칠 재난에 대비해 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슬픔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재난 복구는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전하는 저자는 이같이 말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툭 하고 내뱉은 한마디를 내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지금 시간을 돌려 그 꼬마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네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 알려주고 싶다. 어릴 적의 나에게 계속 나아가라고 이를 것이다. 순간순간을 버티라고 말해줄 것이다. 재난은 어김없이 일어날 것이고 그 때마다 언제나 도우려 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테니까. 고통도 계속 되겠지만 회복도 계속될 테니까." 박다솜 옮김. 창비.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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