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귤나무에 눈이 찔렸어요2: 결막 열상의 치료
입력 : 2025. 12. 24(수) 01: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한라일보] 연말 제주는 귤 따기로 분주하다. 그런데 귤나무 때문에 곤란해지는 상황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올초 필자는 귤나무에 찔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곰팡이 각막염에 대해 전했다. 이번에는 그보다는 훨씬 덜 심각해도 그냥 넘기면 고생스러운 결막 열상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결막 열상은 눈 흰자위를 덮고 있는 결막이 외부의 충격에 의해 불규칙한 모양으로 찢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칼로 벤 것처럼 날카롭게 잘리거나 유리조각처럼 뾰족한 데 찔린 것을 자상이라고 부르고, 둔한 힘이나 마찰에 의해 너덜너덜하게 터진 상처를 열상이라고 한다. 나뭇가지는 비교적 뾰족한 데도, 그에 의한 상처를 자상이 아니라 열상이라고 하는 이유는, 결막이 풍선처럼 얇고 탄력 있는 막이라 뾰족한 물체에 콕 찔려도 찢어지듯 터지며 벌어지기 때문이다.

결막이 찢어지면 갑작스러운 통증과 이물감이 느껴지고 눈물도 많아진다. 그런데 그보다는 찔린 줄도 모르고 대수롭잖게 넘겼다가 거울을 보니, 피가 번져 있거나 눈 주위로 핏물이 흐르는 데 놀라 병원에 달려오는 일이 많다. 눈을 찔렸을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눈을 비비는 것이다. 눈에 뭔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에 손으로 비비거나, 휴지나 수건 등으로 닦아내려고 시도하면 열상이 더 커지고 세균 감염 위험도 커진다. 눈을 다치면 일단 만지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안과를 찾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결막 열상은 시력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결막에는 혈관이 많아 출혈이 잘 생기는 동시에, 회복도 빠르기 때문이다. 작은 상처는 항생제를 넣고 안정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자연 치유된다. 문제는 그 적당한 정도를 환자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결막은 워낙 얇기 때문에 결막만 살짝 스치거나 찔리는 것보다 각막이나 공막, 또는 안구 내부까지 건드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나뭇가지가 아니라 철사나 낚시 바늘 등 뾰족하고 날카로운 물체에 찔린 경우에는 반드시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찔림 상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너비와 깊이다. 찢어진 상처의 길이가 5㎜ 이상이거나, 가장자리가 벌어져 있거나, 결막이 말려 들어가 자연 치유가 어려운 상태이거나, 결막 아래 조직인 공막이 노출돼 있거나, 지혈이 잘 되지 않고 출혈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검토한다. 특히 상처가 10㎜ 이상으로 크거나, 상처 부위가 오염되었거나, 결막 아래의 결체 조직인 테논막이 노출된 경우에는 반드시 봉합 수술을 해야 한다. 봉합 수술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국소마취로 해결되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큰 흉터 없이 회복된다. 수술은 외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하는 것이 좋고, 최대 48시간 이내 조건부로 가능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유착이나 만성 염증, 반흔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눈 외상은 보호 안경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눈을 다쳤을 때는 비비지 말고, 최대한 빨리 안과를 찾으면 좋겠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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