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비난과 비판 사이, 정치의 품격을 묻다
입력 : 2026. 01. 27(화) 01: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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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정치에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권력은 이동하고, 연대는 바뀌며, 오늘의 적이 내일의 협력자가 되는 일은 우리 정치사에서 흔하게 봐온 모습이다. 문제는 그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언어와 태도인데, 우리 정치에서 건전한 비판은 사라지고 날 선 비난만 횡행하는 듯해 암울해지는 요즘이다.
비난은 가볍다. 말이 거칠수록 주목을 받고, 상대를 깎아내릴수록 스스로가 돋보인다고 착각하기 쉽다. 결과만 떼어 놓고 평가하면 되고, 맥락과 책임 및 대안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안 없는 평가는 공허하다. 그것은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의 언어라기보다 관중석에서 던지는 훈수에 가깝다. 비판은 다르다. 비판은 때로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공동체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움으로써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한다. 그래서 비판에는 최소한의 대안이 전제되고, 상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 또한 정확히 짚는다. 언어는 절제되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한 고민과 모색을 요구하는 질문은 남는다.
정치의 세계를 강호에 비유하는데 강호는 무법천지가 아니다. 오히려 암묵적인 질서와 도가 작동하는 공간이다. 일본 전국시대의 전투 기록을 보면, 적을 막다른 곳까지 몰아붙이되 완전히 퇴로를 끊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가 여럿 등장한다. 자비심 때문만은 아니다. 언젠가 자신도 패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인식, 그리고 그때를 대비한 상호 간의 생존 방식이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상대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언어는 결국 스스로 돌아갈 다리를 불태우는 일이 된다.
강호의 도는 누군가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가 만연할 때 무너진다. 그 사람이 가진 성품과 성과가 부정되고, 작은 잘못은 커다란 허물이 된다. 진영 논리에 지배돼 남의 눈에 티끌만 보고 자기 눈의 들보는 외면한다. 사람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오늘과 내일의 시각에서 달라질 수 있음에도 오늘만 바라본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떠올려보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재임 당시 그는 혹독한 비난에 시달렸다. 미숙하다는 평가, 갈등을 키운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평가는 달라졌다. 이는 모든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권력을 다루는 태도, 지역주의를 넘어서려 했던 시도, 미래를 향한 제도 개혁의 진정성이 뒤늦게 읽혔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분해야 할 것은 진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진정성 있는 태도이다. 정치는 늘 변하지만, 정치의 품격은 지켜져야 한다. 말의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 대안 없이 평가만 남발하는 정치는 결국 시민을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 비판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공동체의 판단력을 키운다.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나은 말이다. 비난과 비판 사이의 그 얇은 경계를 지킬 수 있을 때, 정치는 비로소 싸움이 아닌 선택의 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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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세계를 강호에 비유하는데 강호는 무법천지가 아니다. 오히려 암묵적인 질서와 도가 작동하는 공간이다. 일본 전국시대의 전투 기록을 보면, 적을 막다른 곳까지 몰아붙이되 완전히 퇴로를 끊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가 여럿 등장한다. 자비심 때문만은 아니다. 언젠가 자신도 패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인식, 그리고 그때를 대비한 상호 간의 생존 방식이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상대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언어는 결국 스스로 돌아갈 다리를 불태우는 일이 된다.
강호의 도는 누군가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가 만연할 때 무너진다. 그 사람이 가진 성품과 성과가 부정되고, 작은 잘못은 커다란 허물이 된다. 진영 논리에 지배돼 남의 눈에 티끌만 보고 자기 눈의 들보는 외면한다. 사람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오늘과 내일의 시각에서 달라질 수 있음에도 오늘만 바라본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떠올려보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재임 당시 그는 혹독한 비난에 시달렸다. 미숙하다는 평가, 갈등을 키운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평가는 달라졌다. 이는 모든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권력을 다루는 태도, 지역주의를 넘어서려 했던 시도, 미래를 향한 제도 개혁의 진정성이 뒤늦게 읽혔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분해야 할 것은 진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진정성 있는 태도이다. 정치는 늘 변하지만, 정치의 품격은 지켜져야 한다. 말의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 대안 없이 평가만 남발하는 정치는 결국 시민을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 비판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공동체의 판단력을 키운다.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나은 말이다. 비난과 비판 사이의 그 얇은 경계를 지킬 수 있을 때, 정치는 비로소 싸움이 아닌 선택의 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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