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의 한라칼럼] 한라산 능선에 비친 제주의 내일
입력 : 2026. 01. 06(화) 01:00수정 : 2026. 01. 06(화) 10:24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한라일보] 긴 시간의 흐름으로 봐선 새로울 게 없지만 그래도 새해엔 새 희망으로 출발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끊임없이 낙관과 긍정적 태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다시 찾은 가파도에서 멀리 바라본 한라산 능선에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긍정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됐다. 과거 여러 번 땀 흘리며 올랐던 화산섬의 딱딱한 바위 인상이 아닌, 부드럽고 자애로운 느낌의 곡선을 푸른 바다 사이로 홀리듯 바라보며 평온하고 따뜻이 품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서울로 돌아온 뒤 문득, 중산간 아래쪽에 그런 평온과 포용을 한라산으로부터 느끼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의 고단하고 팍팍한 삶에 지친 마음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최근 4·3사건 초기 진압 책임자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에 대한 반발과 소동이 문제화되는 것을 보며 고단한 제주인의 마음에 동정이 갔다. 그 소동 속에 내 의견을 더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4·3사건은 1948년 발생해 77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마치 어제 일어났던 일처럼 뜨겁고 민감한 사회 문제로 남아서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너무 뜨거워서 만지면 화상을 입는 시뻘건 불덩어리가 아닌, 이리저리 모양과 굴곡을 꼼꼼히 살피며 본 다음 그 속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는 역사로 취급해 볼 수 있는 때는 언제가 될까.

역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언제나 더 복잡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과거를 판단하는데 겸허하고 신중해진다. 지난 연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2025년에 좋았던 것들 25개를 짚어보는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논란이 있지만), 미국인의 비만율이 낮아지고, 심각한 허리케인 피해가 없었다는 등의 밝은 측면을 조명했다. 기사의 취지상 미국 사회의 여러 부정적 문제점은 다루지 않았지만 밝은 면을 보자는 시도는 사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기사를 보면서 한순간 지난해 제주에 좋았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도 생각을 해봤지만, 외면받는 관광, 부동산 침체, 경기 하락에 의한 서민 생활고 등이 겹쳐지면서 좋았던 것만을 회고한다는 것이 언뜻 생경스럽게 느껴졌다. 그보다는 앞을 보며 제주를 위해 금년에 어떤 일들이 있어야겠고, 이것의 실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에 관심을 쏟는 것이 더 바람직하리라 생각했다.

내게 그 리스트를 채울 능력은 모자라지만 우선 6월 지방선거에서 정치인들이 제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좋은 정책을 통한 선의의 능력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지도층과 지식인들의 건전한 여론 형성과 정책 방향 제시를 위한 주도적 역할이 있길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67만 도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외풍에 흔들림 없이 확고하고 균형 잡힌 주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김숙 전 주유엔 대사·명예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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