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의 목요담론] 홍익인간과 설문대 정신
입력 : 2026. 07. 30(목) 03:00
이성용 hl@ihalla.com
[한라일보]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신을 꼽으라면 건국신화를 생각하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고 답할 것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념은 오랜 세월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가치이며, 오늘도 우리를 하나로 묶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신적 요소이다. 그렇다면 제주를 대표하는 정신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답을 제주 신화 속 설문대할머니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정신을 민선 9기의 시작에서 한번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설문대할머니는 단순 신화 속 거인이 아니다. 제주를 만들고, 사람들이 살아갈 터전을 마련했으며, 다리를 놓고 길을 만들고 먹거리를 마련해 줬다는 이야기를 보면 정책과도 비슷한 사업들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설문대 신화가 전하는 핵심은 '사람을 위한 제주'라는 가치이다. 이러한 정신은 홍익인간의 이념과도 맞닿아 있다. 홍익인간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 정신이라면, 설문대 정신은 제주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했던 제주만의 실천적 전략 및 계획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를 추진한 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과거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2~3년만 지나도 사회와 기술, 산업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변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제주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국제자유도시나 특별자치도의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현재의 정책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시대 변화에 맞게 보완해 나갈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대표적인 변화다. AI를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고 도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설문대할머니가 당시의 제주 사람들을 위해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면, 오늘의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활용해 미래 세대가 살아갈 제주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제주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신화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설문대할머니라는 상징은 제주만의 정체성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러한 정신을 문화와 관광, 교육, 산업정책과 연결한다면 제주만의 경쟁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설문대 정신은 결국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다.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 사람들의 삶을 더 진보시키는 고민을 함께 실천하는 마음이다.

홍익인간이 대한민국의 정신이라면, 설문대 정신은 제주의 미래를 이끌어 갈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제주, 미래 세대를 품는 제주, 그 길 위에서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는 신화를 넘어 오늘을 비추는 가치가 될 것이다.

잘 짜인 계획은 제주를 행복한 섬으로 만들 것이며, 이것을 뒷받침하는 정신이 설문대 정신이 된다면 좋겠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49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오피니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