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떠난 아이들, 돌아오는 아이들
입력 : 2011. 02. 24(목) 00:00
진선희기자
정미(가명)는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성이시돌 젊음의 집'을 찾은 게 두번째였다. 이미 한차례 이곳을 거쳐갔지만 학교로 돌아가는 게 여의치 않았다.

"집에서 학교까지 너무 멀어요." 그가 학교를 다시 그만둔 이유는 그랬다. 그 말속에는 여러 뜻이 담겨있는 듯 했다. 원하지 않는 고교에 진학한 탓에 가방을 들고 먼 거리에 있는 학교로 향하는 게 고역일 수 있다. 정미는 가출해 학업까지 중단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에 또한번 결심을 굳혔다. "이번에는 학교로 돌아가서 꼭 졸업장을 따자."

얼마전 '고교 복교'희망자 대상 3박 4일 일정 프로그램(본보 2월11일자 5면)을 취재하며 30여명의 청소년을 만났다. 대부분 그들보다 나이가 적은 학생들과 같은 반에서 생활하게 되는 청소년들이다. 스물네 살 청년도 있었다.

제주도교육청은 2006년부터 젊음의집에 위탁해 학업 중단 고교생을 대상으로 매년 두차례 이같은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작년까지 이곳을 거쳐간 이들은 263명. 학업중단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인원이다.

낮에는 잠자고, 저녁에는 노래방 등을 찾아 이튿날 새벽녘까지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복교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규칙적 생활부터 익힌다. 짧은 기간이지만 공동생활의 약속을 정한다. 가령 담배는 식사후 세 번, 하루 6개피를 피우도록 하는 식이다. 강제하기보다는 담배량을 줄이면서 변화 과정을 느끼도록 만든다.

학교 밖을 벗어난 청소년들중에는 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일까. 젊음의 집을 떠날 때 쯤에는 "지금껏 이런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소감을 남기는 아이들이 있다. "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는 말도 한다.

학업중단 고교생, 학업유예 중학생들을 위해 공립 대안학교를 설립하자는 의견이 꾸준하다. 학교와 가정에서 '환영받지'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결국 이들을 품어야 할 곳은 그들이 제 발로 걸어나왔거나 '쫓겨났던' 학교가 아닐까 싶다.

젊음의 집 교육팀장인 정영란 수녀는 "문제 청소년들의 복교와 더불어 예방활동이 중요하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2011년 도교육청 주요업무 보고에는 '고위기군 학생 지원 대책팀'구성 계획이 올라있다. 지난해만 해도 고교생 405명, 중학생 112명이 학교를 떠났다. 웬만한 중·고등학교의 학생수에 버금가는 수치다.

<진선희 사회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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