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군사재판 무죄 선고… "고맙다 하지마세요"
입력 : 2022. 06. 14(화) 12:28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14일 군사재판 수형인 30명 무죄… 160명째
판사 "뒤늦게 나선 국가가 미안하다고 해야"
고희범 "4·3 아픔 공감한 판·검사는 고맙다"
지난 3월 29일 재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
"고맙다고 하지 마세요. 나라에서 베풀어주는 게 아니라 피해를 입은 만큼 국가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겁니다."

제주4·3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돼 유족들이 "고맙다"는 말을 하자 재판부가 한 말이다.

제주지방법원 제4-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4일 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29일 40명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160명의 군사재판 수형인이 억울함을 푼 것이다.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30명은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영문도 모른 채 군·경에 끌려가 육지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한 이들이다.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날 재판을 받은 30명도 모두 행방불명 혹은 사망해 유족이 대신 법정에 참석했다.

이날 국선변호인을 맡은 문성윤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4·3 당시 학생이나 농업, 상업, 공무원 등 평범한 양민이었다. 하지만 군·경은 영장도 없이 이들을 끌고가 옥살이를 시켰고, 대부분 형무소에서 총살 등으로 사망했다. 가까스로 생존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도 고문 후유증으로 얼마 못가 사망했다"며 "특히 피고인 중 김춘배씨는 군사재판으로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 한국전쟁 발발로 풀려났다. 하지만 5·16 군사쿠테타로 재수감됐고, 김씨의 처가 '형집행정지 신청'까지 감행해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걷지도 못하고, 시력도 상실돼 고생만 하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장 부장판사가 "이번 사건은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때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결정하자 유족들은 재판부와 검찰을 향해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장 부장판사는 "4·3 당시 희생자만 피해를 입었겠나. 살아 남은 사람은 죽는 게 나았을 삶을 살았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국가가 너무 늦게 피해 회복에 나서서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부장판사가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에게 소회를 묻자 그는 잠시 울먹인 뒤 "평화재단에서 추가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행방불명인 피해조사도 포함돼 있다. 모든 힘을 다해 조사에 임하겠다"며 "고맙다는 말 하지 말라고 하는데, 법정에 임하는 판사와 검사의 자세에 대해서만은 고맙다고 하고 싶다. 법리적으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닌 4·3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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