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언제쯤이면 될까"… 결과 기다리며 애타는 유족들
입력 : 2026. 04. 02(목) 00: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78주년/ 제주4·3, 미완의 과제] (2)뒤틀린 가족관계 복원(하)
가족관계 정정 572건 신청… 499건 사실조사
실무위서 10건 정정 결정… 중앙위 심사 남아
도 "4명 첫 인정 사례 토대로 올해 심사 속도"
4·3 희생자 유족인 김정희 씨가 지난달 23일 제주시 애월읍 자택에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된 자신의 국민학교 생활기록부를 꺼내어 들여다보고 있다. 박소정기자
[한라일보] "어머니는 아버지를 늘 그리워했어요.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셨는데 세상을 떠나려고 해도 떠나지 못하는 것만 같았어요. 하루 빨리 (가족관계 회복을) 해달라고 애원을 했어요. 결국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4·3 희생자 유족인 김정희(76)씨는 지난달 임종한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만 먹먹해진다. 4·3 당시 어머니는 그를 뱃 속에 품은 채로 총을 맞았다. 다행히 모녀는 살아남았지만 어머니는 평생 후유장애를 안고 살아야했다. 더욱이 어머니는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김 씨가 태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도 잃었다.

김 씨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을 무렵 호적이 필요했다. 그는 "당시 할아버지는 저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사망신고가 된 진짜 아들(김순·김 씨의 친아버지)이 아닌 실체가 없는 가짜 아들(김홍) 호적을 만들어 어머니와 혼인신고를 했고 손녀인 저를 호적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존재하지 않은 가짜 아버지의 딸로 살아온 그는 뒤늦게라도 가족관계를 바로잡고 싶어 2019년부터 각종 소송을 벌여왔다. 그 끝에 '어머니와 가짜 아버지의 혼인이 무효'라는 판결까지 받게 됐다. 그러다 2023년 정부가 4·3으로 뒤틀렸던 가족관계를 바로 잡는다는 소식에 그 해 7월 가족관계 정정 신청을 냈다. 2년 반이 지나도 이와 관련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가족관계 정정 절차=지난 2월 정부의 '4·3 가족관계 정정' 첫 인정으로 유족 4명이 친부모를 찾았지만 김 씨처럼 그 결과를 기다리는 유족들이 여전히 많다.

제주도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올해 현재(지난달 26일 기준)까지 가족관계 정정 신청은 572건에 달한다. 이 중 73건이 취하됐고 499건에 대해 유족들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가족관계 정정 신청은 현재 총 5가지 유형으로 이뤄진다. 2023년 7월부터는 ▷희생자의 사망사실 기록·정정 ▷희생자와 사실상 자녀와의 친생자관계존재 확인 ▷제적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 작성을, 특별법 일부 개정으로 2024년 9월부터는 ▷희생자와의 사실상 혼인관계 결정 ▷희생자와의 사실상 양친자관계 결정 등을 접수받고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서류 검토 후 유족과 이해관계인에게 내용이 통지된다. 이후 60일간 공고·의견제출 기간과 종합 사실조사를 거쳐 4·3실무위원회 심사, 제주4·3중앙위원회 심의·결정 순으로 진행된다. 희생자와의 신분관계를 입증하는 증빙자료는 객관적 진실성이 담보돼야 하며, 보증서 등 단독 자료만으로는 증명력이 인정되기 어렵다.

가족관계 정정을 신청한 499건 가운데 사망사실 기록·정정 46건, 제적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48건, 희생자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221건, 사실상 혼인관계 결정 9건, 사실상 양친자관계 결정 175건 등에 대해 사실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243차 제주4·3실무위원회에서 10건(희생자와 자녀 사이의 친생자관계를 확인·인지한 8건과 사망사실을 기록하거나 정정한 2건)이 정정 결정돼 중앙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정 신청 기간 제도개선을"=결과를 기다리는 유족들은 '처리 속도가 늦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겐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 정정을 신청한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이들이 사망을 하게 되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시행령으로 가족관계 정정 신청 기간을 올해 8월까지로 제한했다. 이에 가족관계를 바로 잡고자 하는 유족들을 위해 계속 신청할 수 있게 기간 연장 등 정부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무호적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9일 제주에서 가진 4·3 희생자 유족과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유족 신고와 가족관계 작성·정정, 보상 신청 등의 기간을 연장하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왔다. 제주도는 이번 첫 가족관계 정정 결정 사례를 토대로 올해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심사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4·3지원과 관계자는 "많은 신청자들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실무위원회는 제출된 자료와 의견을 종합해 심사한다"며 "올해 정정 심사에 속도를 내어 왜곡된 기록으로 80여년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유족들의 아픔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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