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선거, 변하지 않는 정당의 몰염치
입력 : 2026. 06. 08(월) 02:00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한라일보] 기자의 생애 첫 선거는 1987년 대통령 선거다. 여당에선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나왔고 야당에선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와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나왔다. 당시 선거의 포인트는 야당 후보 단일화였지만 두 후보 모두 나왔다. 결과는 노태우 후보가 36.64%의 득표율에 그쳤지만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영삼 후보가 28.03%, 김대중 후보가 27.04%를 득표하며 표심을 갈랐기 때문이다. 기자는 첫 선거에서 '선거엔 양보와 내일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정치'를 목도했다.

1991년 첫 지방선거에서 기자가 기억하는 것은 '돈'이다. 금권선거가 난무하던 시대다. 선거 전날이면 누군가 찾아와 비밀리에 돈봉투를 건네고 갔다. 지금의 상식으론 믿기 어렵지만 그땐 그랬다. 후보끼리 돈 뿌리기 경쟁을 했다.

기자란 직업으로 선거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겪은 지방선거도 지금 되돌아보면 황당할 뿐이다. 인터넷이 일상적이지 않았던 2000년 초반까진 후보의 공약과 개인 능력을 판단하는 데는 방송과 신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도지사 선거는 그야말로 처절했다. 선거막판엔 세대결이 볼만(?)했다. 소속 정당을 등에 업고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탑동과 종합운동장은 세대결의 상징적인 곳이었다. 수천 명 동원은 예사였다. 그럼에도 지역언론에선 후보의 입을 빌어 "수만 명이 모여 막판 선거분위기를 띄웠다"고 이쁘게 포장해 보도하곤 했다. 언론도 둘로 나뉘어 앞장서 '혹세무민'하던 감추고 싶은 시대였다.

최근의 선거는 '돈'이란 측면에선 깨끗해졌다. 유권자에게 돈이 뿌려졌다는 얘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금권선거란 어두운 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20~30여 년 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장면들이 있다. 흑색선전이다. 상대후보를 향해 말폭탄을 쏟아낸다. 후보 자신은 물론 선거캠프가 가세하며 서로 간 비난전을 벌인다.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기초의원 선거도 그렇다. 그래서 언론은 매번 선거 이후를 걱정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보도의 요지는 갈등을 접고 화합하자는 것이다.

지난주 치러진 지방선거에 대한 기자의 시각은 정당의 몰염치로 요약할 수 있겠다. 32개 도의원 선거구에서 무려 8곳이 무투표 당선됐다. 4곳 중 1곳은 선거의 기본인 경쟁이 사라졌다.

그래도 옛날 선거는 열기가 있었다. 어디를 가든 선거 얘기로 도배됐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열기를 찾아볼 수 없다.

돈을 뿌리고 세대결을 다시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누군가 그랬다. 선거는 축제라고.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축제, 잔치상에 올릴 재료를 계속 고민하며 손님을 모시려는 각 정당의 준비성과 정성이 아쉽다는 뜻이다. 4년 후 또 선거가 치러진다. 손님맞이 준비를 잘하길 바랄 뿐이다. '냉혹한 현실정치'는 여전하지만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후보에게 한 표 선사하는 유권자의 표심도 현재진행형이다. 후보조차 못 내면서 표를 달라는 게 너무도 염치없게 보인다. <김성훈 편집부국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477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백록담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