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0대 청년, 버킷리스트 이루고 천사가 되다
입력 : 2023. 09. 25(월) 13:38수정 : 2023. 09. 27(수) 09:49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구경호씨 공사 중 추락 사고 뇌사 판정
유가족, 아들 바람대로 장기 기증 결정
故 구경호(28)씨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라일보] "나도 너처럼 기증할 거라고 웃으면서 약속하고 왔어." (故구경호씨 어머니 강현숙씨)

제주지역 한 20대 청년이 생전에 남긴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 중 하나를 이루고 하늘의 별이 됐다.

2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제주한라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구경호(28)씨가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구씨는 지난 8월7일 오후 4시 21분쯤 제주시 조천읍 한 공동주택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다 5m 아래 지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구씨는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故 구경호(28)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슬픔에 잠겨 있던 구씨의 부모는 우연히 집에서 버킷리스트가 적혀 있는 아들의 수첩을 발견했다. 구씨의 버킷리스트에는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이 적혀 있었다.

구씨 부모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의료진에게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구씨는 중증질환자 4명에게 심장과 간, 좌우 신장을 각각 기증했다.

2남 1녀 중 장남인 구씨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평소 자신의 사업체를 차리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건설업에 종사하며 착실히 저축했다. 또 주말에는 어머니의 김밥집 일을 돕는 착한 아들이었으며 건설업에 종사하기 전에는 봉사활동도 펼쳤다고 한다.

어머니 강현숙씨는 아들을 떠나 보내며 편지를 썼다.

어머니 강씨는 편지에서 "경호야. 네가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플 거 같아서 기증을 결심했어. 나도 너와 같이 기증할 거라고 웃으면서 약속하고 왔어. 속 한번 안 썩이고 착하게만 자라온 네가 고생만 하고 떠난 거 같아서 미안해.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기증자의 소중한 생명 나눔으로 고통 받던 장기 기능 부전 환자에게 새 생명의 기회가 전달됐다"며 "생명나눔은 말 그대로 나눔이지 끝이 아니다. 기증자가 꿈 꾸던 희망과 세상을 모두 이루길 희망하며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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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09-25 22:48삭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엄마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저 또한 올해 1월1일에 25살된 아들을 17일간 투병하면서 급성백혈병 외 뇌출혈로 갑작스레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당시에 장기기증을 하려고 문의했지만 아들의 모든장기가 훼손되여서 안된다는 말을 들어 아들없는 이 세상 간접적으로라도 느끼고 싶었는데 못하여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어머니 또한 얼마나 매여질까 생각하니 오늘도 또한 제 아들이 그립습니다 어머니에게 훌륭하다라고 꼭 전달하고 싶네요 위로에 말씀을 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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