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투게더
입력 : 2025. 09. 15(월) 02: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멀고도 가까운
영화 '투게더'
[한라일보] 쿨한 연애는 가능할 수 있지만 사랑은 차가울 때도 뜨겁다. 변해버린 사랑에 마음이 차갑게 식었을 때 마저도 상대를 향한 분노는 식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는 원망이 품은 불씨는 언제든 활화산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멀어진 지금 떠오르는 것들은 미래가 아니라 늘 과거에 있다. 너와 내가 하나였다고 느끼고 믿었던 순간들이 언제고 다시 현재로 달려와 줄 것만 같아서 우리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울리지 않는 호출에 온 몸의 세포를 곤두세운다. 사랑의 불씨가 사그러들지 않았다면, 우리 둘이 다시 하나가 될 순간과 지점만 확보할 수 있다면 미래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과거의 사랑에 맡길 수 있다. 알고 있지 않은가 나와 당신은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 아무리 멀어져도 다시 붙을 수 있는지. 왜 모른다고 하는가.

여기 오래된 커플이 있다. 뮤지션을 꿈꾸는 팀(데이브 프랭코)과 교사 밀리(알리슨 브리)는 10년째 함께한 이들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사랑은 어쩐지 미적지근하다. 서로에게 좀처럼 불이 붙지 않는다. 늘 곁에 있는 이의 편안함이 이제는 그 도를 넘어 어쩐지 생기마저 잃게 하는 듯한 기분이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둘은 함께할 장소를 바꿔본다. 교사인 밀리를 따라 한적한 시골로 이주한 팀. 평화로운 풍경의 그곳에서 둘은 기이한 일을 겪는다. 산책길에 폭우로 길을 잃고 동굴로 떨어진 두 사람이 그만 붙어버리게 된 것이다. 둘의 마음이 다시 붙었냐고? 음…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음보다 육체가 먼저 붙어버리게 된 것이다. 팀과 밀리 두 사람의 신체의 부분들이 접착되듯이 붙어버린다. 상상도 못한 합일의 경지가 팀과 밀리의 사이에 생겨나고 소원했던 관계, 외면했던 시간들 마저도 끈끈하게 하나가 된다.

<투게더>는 바디 호러라는 장르룰 표방한 작품이다. 사랑했던 이와 멀어진다는 마음의 공포와 전혀 다른 육체와 하나가 된다는 로맨스가 뒤섞인 채로 존재한다. 이렇게까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던 두 사람이 겪는 대혼돈이 장르의 개성 위에 그야말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영화가 <투게더>다. 눈을 질끈 감게 만들고 비명을 지르게 하는 이유가 내가 가장 사랑했던 몸과의 재결합이란 것은 어쩐지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비명 뒤에 따라오는 헛웃음까지 갖고 있는 이 영화는 마치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커플의 희비극을 관람한 각각의 관객들에게 여러 질문을 남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팀과 밀리는 이별이라는 범상한 선택 앞에서 강제적 결합으로 지속되는 커플이다. 잘라내고 끊어버리려 시도하지만 둘은 결국 하나인 채를 택한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이 새겨진 동전의 뒷면이 관계의 유한성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이들에게 이 커플의 최종선택은 비명을 지르던 입을 다물게 한다. 관념적으로 때론 문학적으로 서술하던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음'이 육화된 형태로 보여질 때 스크린을 마주하는 관객의 눈 또한 무언가와 붙어버린 것 같다.

<투게더>는 결국 미온의 로맨스로 시작해 고온의 러브스토리로 끝을 맺는 영화다. 물론 그 사이를 채워 넣는 것은 공포와 공포의 연속이지만 훼손되는 육체보다 무너진 마음을 재건하는 일이 우선인 이 영화가 순도 높은 사랑 영화가 아닐 리 없다. 스파이스 걸스의 '2 become 1'이라는 달콤한 엔딩곡이 컴컴한 극장 안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팀과 밀리를 이제 뭐라고 호명해야 할 지 혼돈스러운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이별들 앞에서 얼마나 비겁했던가.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랑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도망쳤던가. 내가 사랑했던 타인에게 조금의 상처도 받기 싫었던 과거의 내가 어쩐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전쟁 같은 사랑을 목격한 패잔병의 심정으로 약간의 식은 땀만 흐른 내 몸에 안심하고 큰 한숨을 한 번 쉰 뒤 극장을 나왔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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