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의 한라칼럼] 제주의 신화를 엮어 K-관광으로
입력 : 2026. 03. 31(화) 01:00
[한라일보] 얼마 전 학술회의의 만찬 모임에 참석해 테이블에 함께 앉은 8명의 교수들과 폭넓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연히도 그중 두 사람이 제주 출신이었다. 젊고 활기찬 여성 교수는 자신이 입도(入島) 17대라고 한다. 인구 5100만명 한국인중 제주인은 고작 1.3%밖에 안되는데 서울에서 종종 그보다 열 배의 확률로 제주 출신을 만나는 것 같아 그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다음날 신문을 보니 또 제주 소식에 눈길이 간다. 4월 국방부가 서귀포 앞바다에서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 시험 발사를 한다는 뉴스와 함께 일부 시민단체가 안전과 환경을 이유로 이에 반발한다는 기사다.

문득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우주발사기지 건립 추진 당시 제주도 유치 움직임에 대한 도내 반대 여론으로 전남 고흥으로 결정됐던 사례가 떠올랐다. 20여 년이 지난 이제 민간 우주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일론 머스크의 민간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보라) 제2의 우주센터를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제주가 후보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 계획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나 사업의 사회적 수용성 해결 과정에서 매번 분열과 반목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만 낭비했던 사례만은 반복되지 않고 제주 발전이라는 차원의 시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같은 맥락이지만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안으로서, 나는 개인적으로 제주가 2005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취지와 이미지에 부합되도록 한 차원 높은 관광 정책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난주 광화문에서의 BTS 공연은 전 세계 190개국에 중계되며 K-컬쳐의 역동적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정부는 2030년 이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2025년 외국인 방문객은 187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관광객 60%가 서울에 집중됐으며 정작 제주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전체 방한 외국인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를 겨냥한 관광이 되려면 천혜의 자연 자원 홍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스토리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와서 더 많은 시간을 머물며 제주를 감상할 것이다.

몇 년 전 중국 시안(西安)을 방문했을 때 양귀비와 당 현종의 사랑을 주제로 한 대규모 야외 공연극 장한가(長恨歌)를 관람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앞에는 매일 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역사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사운드 앤드 라이트 쇼가 펼쳐진다.

화산활동으로 솟은 제주는 삼성 신화의 탐라국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이래 조선시대 한반도에 완전히 통합될 때까지 정치적 변혁이 있을 때마다 그 영향을 받으며 굴곡의 역사를 지켜왔다. 햇빛에 바래고 달빛에 물든 제주만의 역사와 신화를 한두름에 묶어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편의 서사극으로 만든다면 세계인들에게 또다른 경외로운 제주의 K-관광을 보여주게 되지 않을까. <김숙 전 주유엔 대사·명예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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