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새로운 도정을 향한 어느 건축가의 기대
입력 : 2026. 04. 28(화) 03:00
[한라일보] 절기의 섭리를 따라 아침 공기에 봄 내음이 가득한 시절이지만, 제주의 건축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에 머물러 있다. 수년 전부터 매년 저점을 찍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이 무안하리만큼, 지금은 국면 전환의 돌파구마저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생존의 위기에 놓인 건축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은 능동적, 선도적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오히려 자구의 대책 마련보다도 다가오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향방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후보의 측면에서도 건축 경기의 회복은 도정의 최대 난제일 텐데, 공개된 공약을 보면 도시나 건축 관련 비전 제시를 찾아볼 수 없다. 과연 건축 관련 단체들이 후보들에게 제대로 된 정책 제안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4년 전, 현 도정은 '15분 도시'라는 도시·건축의 정책과 함께 시작했다. 이 정책은 선거 공약으로서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이를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예산을 투입하기에는 제주 사회와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실용적 도시·건축 정책이 '15분 도시'의 이미지에 매몰됐고, 이로 인해 건축 경기의 침체는 물론 건축문화 전반에 걸쳐 정체기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되돌아보면 '15분 도시'는 현 도정이 추구하는 도시·건축의 지향점으로서 원론적 선언이었으면 충분했던 일이었다.

이러한 안타까움에 대비해, 새로운 도정에게 제주 도시·건축 정책의 현실적인 미래비전 제시와 포석을 기대한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영토 확장'을 꼽을 수 있다. 67만 인구의 한정된 지역에서 500명에 가까운 건축사가 활동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축사 고밀도 도시에서 '영토 확장'은 생존의 문제다. 이미 제주 건축계는 '섬'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활동 무대를 넓히려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지난 10여 년은 한반도를 향했던 시선을 돌려, '동아시아 해양 실크로드'로 엮인 해양 문화권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를 촉발한 사건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초청으로 2016년 시작된 '제주 국제건축포럼'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어느 지자체도 따라올 수 없는 문화적 성과를 쌓아왔고, 이는 제주 건축계의 자존감이기도 했다. 이처럼 문화교류로 출발한 '영토 확장'을 이제는 경제 분야로 이어가는 도정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제주 도시건축의 미래 포석으로서 '제주 국제건축포럼'과 같은 문화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문화적 주도권을 위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이에 과거 7세기 해상왕국의 지위를 누렸던 탐라 선조의 역사성 위에서, 아시아의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제주도지사가 시상하는 '동아시아 해양문화 건축상'의 시행을 제안한다. 이 시상은 동아시아 해양 문화권의 문화영토를 관장하는 리더로서의 상징성이 있다. 건축문화를 향한 새로운 도정의 혜안이 제주를 동아시아 최고의 건축 문화도시로 이끌어가리라 믿는다. <양건 (사)제주미래건축공간연구원 이사장·건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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